[현장, 그곳&] 날 풀리면 무너질라… 폐건물, 도심 속 ‘시한폭탄’

12년째 공사 멈춘 용인지역 아파트, 흉물스럽게 방치… 안전점검 ‘0회’

시공사의 부도로 12년째 공사가 중단된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 한 아파트 단지가 흉물로 방치돼 있다. 윤원규기자
시공사의 부도로 12년째 공사가 중단된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 한 아파트 단지가 흉물로 방치돼 있다. 윤원규기자

미관을 해치는 폐건물이 청소년 비행장소로 전락하는 데다 다음 달 예고된 해빙기로 인해 안전문제까지 우려되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오전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이 아파트 단지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그대로 드러낸 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아파트 현관 앞에는 중단된 공사를 암시하듯 시멘트 포대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내부에는 잡초가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2000년 11월 착공됐지만 시공사의 부도로 인해 지난 2010년 6월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가 멈춘 지 12년이 지난 현재까지 방치돼 있어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지만, 아파트 단지에 대한 안전점검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전점검은 준공된 건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주택가 한 가운데 위치한 반공회관도 상황은 마찬가지. 건물 벽면에 칠해졌던 하얀색 페인트는 칠이 벗겨져 있었고, 건물 주변에는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김미숙씨(56·여)는 "이 건물이 미관상 좋지도 않고, 오랜 기간 방치돼 있으니 인근 주민들의 안전도 걱정된다"며 "혹시 무너지는 건 아닌지 우려돼 이 근처를 지날 땐 종종걸음을 하게 된다"고 불안해 했다.

성남시 부지에 지어진 이 건물은 군사정권 당시 건설된 불법 건축물로 오랜 기간 성남시와 정부 사이에 소유권 분쟁을 이어왔다. 장애인 단체가 지난 2010년 이전한 뒤, 12년째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버려져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2019년 신흥동 일대가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묶이게 되면서 이 건물에 대한 안전점검은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날씨가 서서히 풀리는 2~3월에는 큰 일교차로 인해 땅속에 스며든 물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지반이 약해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장기간 안전점검 대상에서 벗어난 폐건물은 이 시기에 특히 안전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 2009년 2월에는 성남시 판교신도시 터파기 공사현장에서는 겨우내 얼었던 흙막이가 무너져 11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현재 경기지역에서 공사가 중단된 지 2년이 넘은 건축물은 도내 14개 시군 35곳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폐건물은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의 정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3년 마다 정비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후 각 시도에 기본계획을 통보한 뒤, 지자체는 그에 따른 정비계획을 수립해 안전조치 등을 시행해야 한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해빙기가 돼 얼었던 곳이 녹으면 터파기 했던 부분은 지반이 약해지고, 기존에 건물에 생겼던 균열은 더 커질 위험이 있다"며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안전점검을 하는 한편 주민 안전을 위해 멸실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기도 건축디자인과 관계자는 “폐건축물이 청소년들의 비행장소로 사용될 수 있고, 인근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해당 건축물에 대한 접근을 철저히 막고 있다"며 “해빙기에 있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 각 시군에서 안전점검을 진행하도록 지시했으며 도 차원에서 총괄해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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