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동탄역·수원 버스터미널 등
하루 수천명 오가는 대합실 입구
관리 직원 없어 승객들 프리패스
귀성객 몰리는데 관리·감독 허술
정부가 설 명절을 앞두고 특별교통대책을 발표하며 방역 강화에 나섰지만 정작 각 지역의 관문이 되는 경기지역 교통시설 곳곳은 방역 사각지대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사상 처음으로 1만명을 돌파한 상황에서 부실한 방역을 틈타 설 명절 이후 코로나19 대확산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26일 오전 동탄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5층에 위치한 승강장으로 내려가자, 안내데스크 앞에는 수동 체온측정기와 자동 열화상카메라 각각 1대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를 관리하거나 체온 측정을 요청하는 직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열화상카메라는 사람들이 내려오는 곳과 다른 각도를 비추고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인 상태. ‘발열측정, 방역지침 준수’라는 입간판이 무색하게 승객들은 관리 감독 없이 방치돼 있는 체온측정기를 유유히 지나쳐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설을 맞아 미리 부산으로 향한다는 김형석씨(33)는 “불특정 다수가 몰리는 기차역 방역 상태가 너무나 허술한 거 같다”며 “설 연휴 기간 코로나19 대유행의 근원지가 기차역이 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불안해했다.
동탄역 측은 직원 3명이 안내데스크에서 탄력적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역사 순회와 민원 처리 등 내부 일정과 겹치면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교통시설인 버스터미널도 상황은 더 열악했다. 이날 오후 수원버스터미널 내부 매표소 앞에는 열화상카메라 고작1개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지만 이 마저도 관리하는 직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승객들도 별도의 발열 확인 없이 열화상카메라를 스쳐 지나가기 일쑤였다.
더욱이 하루 평균 6천여명의 유동인구가 오가는 대합실에서 승강장으로 진입하는 입구 조차 체온측정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감염 여부를 알 수 없는 수천여명의 시민들은 코로나19 감염 판별에 가장 기본이 되는 체온측정 검사도 없이 자유롭게 버스를 타러 이동할 수 있었다. 수원버스터미널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의 승객이 이용하는 만큼 체온 확인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방역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어 내부적으로 방역 강화를 위한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용량이 많아지는 교통시설에서 기본적인 방역 수칙이 안 지켜진다면 감염 위험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각 교통시설은 꼼꼼하게 발열 확인에 나서는 한편 승객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번 특별교통대책은 승객 이용량이 많아지는 전국 주요 기차역과 터미널에 대해 우선적으로 방역강화를 지시한 것이기 때문에 일부 지역의 교통시설의 방역이 상대적으로 느슨할 수 있다"면서도 "각 지역의 관문이 되는 역들에 대한 방역 강화를 지자체에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26일부터 내달 2일까지 6일간을 설 특별교통대책기간으로 정하고, 관계기관 합동으로 ‘정부합동 특별교통대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기차역과 터미널 등 교통시설에도 방역 대책을 강화해 열화상카메라 설치 및 운영, 손소독제 비치 등 최상위 수준의 방역 태세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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