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배설물 쓰레기통 변질… ‘펫티켓’ 실종

인천지역 공원 등 환경 되레 훼손
여름엔 고약한 악취에 민원 폭주
지자체 “안내문·청소 등 관리 강화”

9일 오전 11시께 인천 서구 신현동의 한 아파트 산책로에 있는 배변봉투함 밑으로 반려견의 배설물이 담긴 봉투들이 쌓여 있다. 최종일기자
9일 오전 11시께 인천 서구 신현동의 한 아파트 산책로에 있는 배변봉투함 밑으로 반려견의 배설물이 담긴 봉투들이 쌓여 있다. 최종일기자

“배변봉투함이 생긴 뒤 오히려 배변물만 쌓이고 있습니다.”

9일 오전 11시께 인천 서구 신현동의 한 아파트 산책로. 산책하던 김정순씨(70)가 배변봉투함 앞을 지나며 흠칫 놀라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산책 때마다 배변봉투함 아래로 배설물이 담긴 봉투가 쌓여있는 모습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배설물은 주인 책임’이라는 경고문까지 붙어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인천지역 기초자치단체에 따르면 배변봉투함은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하면서 산책 시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설치했다. 반려견의 배설물을 주인이 직접 치우도록 해 ‘펫티켓(펫과 에티켓의 합성어)’을 지키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배변봉투함이 오히려 배설물 쓰레기통으로 변질되면서 시민의식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여름철이면 쌓인 배변물에서 악취까지 뿜어져 나와 주민 민원이 폭증하기 일쑤다.

이날 오후 1시께 미추홀구 학익동의 모리포어린이공원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배변봉투함 아래에 배설물이 쌓여 있다. 이한범씨(68)는 “배설물이 담긴 봉투를 집에 가져 가지 않고 두고 간다”며 “배설물을 놓지 못하게 관리를 못할거면 쓰레기통이라도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하자 일부 기초단체에서는 주민 민원을 못이겨 배변봉투함에 새 봉투를 비치하지 않는 방식으로 폐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배설물을 이용객이 가져가도록 안내문을 붙이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하는 것 같다”며 “안내문도 더 붙이고, 청소 등의 관리도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최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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