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참여하면 주인, 아니면 손님인 것?

천상 사기꾼인 ‘제퍼슨 존슨’은 우연히 각종 이권으로 돈을 챙긴다며 국회의원들끼리 웃고 떠드는 이야기를 훔쳐듣고는 정치판이야 말로 떼돈을 버는 기회의 땅임을 알게 된다. 마침 ‘제프 존슨’이라는 하원의원이 사망하자, 제니퍼 존슨은 자신의 이니셜 ‘J.J.’와 똑같다는 점에 착안해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이름만 가지고 선거판에 뛰어들어 보기 좋게 당선된다. 유권자들이 공약이나 인물 됨됨이를 따져보지 않고, 오직 이름만 보고 뽑는 ’묻지마 투표‘를 악용한 것이다. 이후 제퍼슨 존슨은 부패한 선배정치인들의 거수기 노릇을 하며 돈벌이에 치중하던 중, 한 시민운동가와 교류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차츰 참정치인으로 거듭난다는 스토리가 이어진다.

1993년작 영화 ‘제이제이‘는 명배우 에디 머피를 내세워 현실정치의 민낯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부패한 워싱턴 정가를 한껏 조롱한다. 특히 압권인 건 제퍼슨 존슨이 유권자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지도 별다른 공약도 없이, 오직 ’J.J에 투표해주세요’ 문구 하나로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과정이다.

‘정치에 무관심해 받는 벌은 자신보다 못한 인간에게 통치당하는 것’이라는 철학자 플라톤의 말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영화에서야 주인공의 개과천선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만, 만약 현실이었다면 어떨지 상상만으로 끔찍하다.

최근 정치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이 극심하다. ‘뽑을 사람이 없다’는 말부터 ‘이놈저놈 다 똑같다’는 말까지 투표장에 가는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정치엔 기대할 게 없으니 각자도생의 삶을 찾아야 된다는 절망감마저 느껴진다.

‘인간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국민들의 수준 높은 정치의식을 실현하기에 현실정치가 버거워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정치에 적극 관심을 갖고, 이를 ‘투표’로 연결시키는 행위야말로, 현실 속 J.J.의 탄생을 막고, 정치의 개과천선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시인 단테는 ‘기권’은 중립이 아닌 암묵적 동조라 하여, 질 낮은 정치의 책임은 정치에 무관심한 대중에 있음을 지적했고,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투표’야말로 현실정치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주권자의 ‘매운 맛’ 회초리이기 때문이다.

문득 도산 안창호 선생의 퀴즈(?)가 떠오른다.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인 건 무엇일까? 3월 9일 대선 투표장에서 직접 해답을 찾길 바란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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