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을사업이 나아갈 길

국가 경제규모나 1인당 국민소득은 높아지고 있는데 왜 개인별 행복지수는 오르지 않는 것일까. 서울에서 가까운 가평에서 그 대안을 찾을 수는 없을까.

나는 그 해답을 헬레나라는 인류학자가 쓴 ‘오래된 미래’라는 책에서 발견한다. 저자는 서부 히말라야 고원의 라다크라는 지역이 천 년이 넘도록 평화롭고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해 오다가 서구식 개발 속에서 환경이 파괴되고 사회적으로 분열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 치유방법으로 공동체의 복원과 소규모 지역경제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내가 가평에서 벌어지는 마을사업에 관심을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분들을 만나보면 이런 이상적인 말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지원금의 정산과정이 너무 복잡하다. 생산된 특산품의 판매가 어렵다. 마을축제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기가 어렵다 등등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그래서 관이 나서야 한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마을사업 진행상황을 정확히 알고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왜 마을사업이 필요하고 지역경제에 어떤 효과를 가져 오는지에 대한 확신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나는 여기에 덧붙여 몇 가지 마을 사업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중학교 1학년의 자유학년제라는 것이 있는데 1년 동안 학과목 시험도 보지 않고 체험위주의 학습을 하는 것이다. 각 마을의 체험장과 힐링 공간에 자유학년 학생들이 와서 경험하고 쉬고 먹을 수 있게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코로나로 어렵긴 하지만 앞으로 승안리 차조 밭 축제나 행현리의 목공예나 마을 숲, 적목리의 하늘길 걷기 축제 등과 접목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관련 기관은 하남시나 서울 송파구 동대문구, 구리 남양주 의정부 교육지원청과 협력해 학생들이 가평으로 올 수 있도록 마케팅하고 홍보해야 한다. 그리고 각 마을에서 생산되는 가공품의 판로도 마련해 줘야 한다. 하천리 도라지 조청, 승안리의 차조강정, 엄소리 개복숭아 장류, 설곡리 우리밀 빵, 율길리 목이버섯 이런 것들은 지역 특산품으로 품질도 좋다고 들었다. 공공기관에서 외부손님이 왔을 때 제공하는 기념품이나 타 기관에 가서 가평 홍보를 할 때 우선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평의 유휴건물을 이용해 중소회의를 유치하고 회의 마지막 날에는 마을사업 공동체를 방문하여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할 수 있다. 이것이 다 경제에 도움이 되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방법이다.

마을사업을 체험할 수 있는 관광코스를 개발하는 일, 특성화된 마을을 스토리텔링하고 브랜드를 개발하고 상표 등록하는 일, 지역방송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일 등도 앞으로 마을사업자와 관이 합심해 만들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작지만 중요한 일은 마을사업을 추진하는 분들이 사업을 성공하는데 집중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사후 정산과정의 간소화나 서류작업 지원 등이 필요하다.

박범서 가평경제문화발전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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