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철 앞둔 농민, 논두렁 태우고
일부 등산객, 담배꽁초 무단 투기
전문가 “불티 등 점화원 유의해야”
역대급으로 건조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경기지역 산불 위험에 적신호가 켜졌다.
28일 오전 여주시 가남읍의 농지. 나흘 전 산불이 났던 야산 인근에선 새카맣게 쌓인 잿더미를 비롯해 무단 소각행위가 자행된 흔적들이 손쉽게 포착됐다. 주로 영농부산물이나 비닐류 등을 태운 것인데, 농업용 반사필름 등 비닐류는 농촌 대형화재 때마다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화성시 발안면 일대 논도 마찬가지. 봄을 앞두고 논두렁에 불을 지른 뒤 잿더미를 흙과 뒤섞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주민 임석정씨(76)는 “비료를 줄이기 위해 해마다 논두렁을 태웠지만, 산불이 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도심 속으로 들어와도 산불의 위험은 계속됐다. 이날 오후 수원시 장안구 일대 광교산 초입은 한결 추위가 풀린 날씨를 맞아 등산에 나선 이들로 북적였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산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담배를 태우곤 했는데, 불씨가 꺼지지 않은 꽁초를 마른 풀숲으로 던지기 일쑤였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불의 발생 원인은 입산자 실화(34%), 논·밭두렁 소각(15%), 쓰레기 소각(14%), 담뱃불 실화(5%) 등 순으로 나타났다. 앞선 사례들과 같이 허가되지 않은 소각행위나 입산자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발생한 산불만 68%에 달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올 들어 경기지역의 강수일수 및 강수량은 이달 14일 기준으로 9일간 6.9㎜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11일간 31.3㎜ 대비 22%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까진 17건의 산불이 발생했지만, 건조한 날씨 탓에 올해 들어서는 이미 71% 늘어난 29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눈도 적게 내린 데다 이례적으로 비가 오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통상 3~4월에 나타나던 건조한 환경이 이른 시기부터 나타나고 있다”며 “입산자의 화기 취급주의는 물론 산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도 불티 등 점화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산림청은 지난 25일 오후 6시를 기해 대형산불위험예보 발령과 함께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까지 격상했다. 경기도 역시 일선 시·군과 협력, 오는 5월15일까지 산불방지 대책본부를 가동한다. 현재 도는 임차 헬기 20대, 진화차 150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관계자는 “건조한 날씨에 더해 강한 바람이 부는 날씨가 이어지면서 작은 불씨도 대형산불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작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 재난을 예방할 수 있는 지름길이니, 산림인접지에서 불법 소각행위를 금해달라”고 당부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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