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윤 안양문화원 부원장 “수리산 산신제는 후세가 지켜야 할 무형유산”

한상윤 안양문화원 부원장. 문화원 제공
한상윤 안양문화원 부원장. 문화원 제공

“산신제는 5천년을 이어온 전통문화이자 선조들의 삶의 일부입니다.”

명맥이 끊긴 안양 수리산 산신제를 복원·계승하는데 팔을 걷어붙인 한상윤 안양문화원 부원장(59·한민족전통종교총연합회 대표)은 “샤머니즘의 뿌리와 줄기가 썩지 않고 계속 내려온 것은 그만큼 희소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 국토의 70%가 산으로 둘러싸인 한반도에서 선조들은 고대사회부터 모든 산에 산신이 있다고 믿고 그 신들을 기려왔다.

안양 3대 명산인 수리산은 안양은 물론 군포, 안산, 시흥에 걸쳐 있으며 지역 무속인들은 밤나무 서낭을 비롯해 당집을 모시고 제를 지내왔다.

수리산을 지키는 신령들에게 예우를 드리는 전통 미풍양식이었지만 일제 강점기와 도시개발 등을 거치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졌다.

각고의 노력 끝에 10년 전부터 복원된 수리산 산신제가 열리는 안양 만안구 병목안시민공원은 지난 1930~1980년대 철도용 자갈을 채취하던 채석장이었다.

당시만 해도 사람이 암반에 구멍을 뚫어 다이너마이트를 넣고 터뜨려 자갈을 분쇄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돌이 튀어 인부들이 맞아 다치거나 비탈진 경사를 굴러 내려온 대석에 깔려 죽기도 하는 아픔이 서려 있다.

수리산 산신제는 서러운 삶을 산 노동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의미가 있다.

호랑이가 많이 출몰해 이름 붙여진 박달동 소재 범고개에서 호랑이에게 물려간 망자들의 영혼을 달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안양에서 수리산 산신제 관련 무속행사가 복원된 것은 지난 2013년께 ‘무(巫) 예술제’란 이름을 달고서다. 일부 시민들의 종교적 반대에 부딪혀 이 같은 명칭을 내걸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행사는 전통사회의 산신제 개념을 뛰어넘어 국태민안과 안양시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문화원은 산거리, 대신거리 등 열두거리 굿 중간중간에 시민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기생춤, 민요, 난타, 벨리댄스 공연을 집어넣는 등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며 시민에게 한 발 더 나아가는 축제형 산신제를 만들고자 한다.

한 부원장은 이와 함께 수리산 산신제를 안양의 향토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오는 4월24일 시연행사도 준비 중이다.

한 부원장은 “무속인은 신과 일반인 중간에 있는 로비스트”라며 “지금 우리의 무속은 속된 말로 미신으로 치부됐지만 제 꿈은 무속을 정식 종교로 인정받게 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안양=한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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