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책값 너무 비싸” 불법복제로 멍드는 새학기 대학가

대학가 출판 불법복제물 특별단속. 연합뉴스

경기지역 대학들이 개강한 가운데 전공서적 등의 불법복제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같은 불법복제가 스마트기기 보급 확산으로 더욱 음성화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오전 용인특례시 기흥구 서천동의 경희대 국제캠퍼스 정문 앞의 한 인쇄업체. 해당 업체에 300쪽짜리 전공서적 제본을 문의하자 1쪽당 35원이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날 취재진이 정가가 3만원인 전공서적을 제본한 결과, 스프링 제본 가격 3천300원을 포함해 절반 가격인 약 1만5천원에 불법복제가 가능했다.

이날 오후 수원특례시 영통구 이의동의 경기대 수원캠퍼스 앞 인쇄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 쉴틈 없이 작동하는 복사기 소리로 가득찬 해당 업체에서도 1쪽에 50원만 지불하면 불법복제는 어렵지 않게 가능했다. 인쇄업소 주인 김형민씨(45·가명)는 “개강 후부터는 값비싼 전공서적 위주로 제본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며 “이 같은 제본 행위가 불법인지는 알고 있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진이 경기대, 경희대, 가천대 등 도내 주요 대학 주변 인쇄업소 20곳에 전공서적 제본을 문의한 결과, 가격은 1쪽에 30원부터 50원까지 다양했지만 모두 불법복제가 가능했다.

현행 저작권법상 책 전체나 일부를 복사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하지만 지난 2020년 한국저작권보호원이 발간한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 58.4%가 불법복제 이용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66%가 ‘구매 비용 부담’을 이유로 불법복제를 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도 학기 초마다 집중단속 기간을 정해 전공서적 불법복제에 대한 불시점검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의 발전 및 스마트기기 대중화 이후 음지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는 특성상 적발은 여전히 쉽지 않다. 문체부가 발표한 단속 및 적발 건수는 지난 2014년 460건에서 2019년 254건으로 4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봉숙 한국출판문화협회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커뮤니티를 통해 PDF 파일을 사고 파는 등 불법복제 수법이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며 “대학 차원에서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불법복제 교육, 공동구매 등을 통해 점차 음지화되고 있는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전공서적 등을 무단으로 복제해 사용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매년 새학기 초마다 진행되는 집중단속 기간을 통해 특별사법경찰과 함께 주요 거점 대학을 정해 더욱 철저히 단속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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