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앞두고 구체적인 기준 없이 과도한 가지치기 작업이 성행하며 경기도내 나무 생육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오전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의 금빛초등학교. 학교 앞 200m 남짓의 도로 옆 인도에는 10m 높이의 플라타너스 나무 약 20그루가 앙상한 몸통만 드러내고 있었다. 굵은 가지들만 최소한으로 남겨둔 채 잔가지들은 모두 잘린 나무들의 모습은 마치 ‘닭발’을 연상시켰다.
이날 오후 부천시 약대동의 테크노파크 사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 사거리를 빼곡히 수놓은 플라타너스 나무 약 50그루도 들쭉날쭉 가지치기된 상태였다. 박영현씨(32·가명)는 "매년 이맘때면 가지치기된 나무들은 흉물스러워 보일 뿐 아니라 불쌍할 정도"라며 “지자체는 과도하게 가지 자르는 방식을 벗어나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가로수 관리와 관련된 규정은 산림청에서 발행한 ‘가로수 수형관리 매뉴얼’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매뉴얼에선 가지치기 방식을 그림 등으로 소개하는 수준에 그칠 뿐, 얼마나 잘라야 하는지 등의 구체적 기준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지자체도 조례를 마련하고 있지만, 이 역시 가지치기 방식은 포괄적으로 소개돼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는 나무 생육에 도움이 안 되는 방식으로 가지치기 작업에 나서고 있다. 성남시와 부천시의 경우 조경업체 공사 발주를 통해 가지치기 작업을 진행한다. 공사 초기에 조경업체와 협의 후 시범 수형을 만들지만, 정작 현장작업은 조경업체에서 선정된 대리인에게 온전히 맡겨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잘못된 방법으로 나무가 잘리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단은 마땅히 없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가지치기가 나무의 활력 감소와 성장패턴 변화 등을 초래해 병충해 감염률과 고사율을 높인다고 지적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과도한 가지치기로 고사한 가로수는 전국 평균 1만6천95그루에 달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산림청은 '2022년 가로수 조성·관리 계획'을 발표했는데, 해당 계획에는 ▲가로수 관련 지침 구체화 ▲조성·관리 전문성 강화 ▲평가지표 마련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최진우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대표는 “과도한 가지치기는 한 번이면 나무 생육에 지장이 없을지 몰라도 지속되면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며 “지자체는 행정편의주의에서 벗어나 가지치기 방식에 대한 구체적 매뉴얼을 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매뉴얼이 구체적이지 않아 가지가 지나치게 많이 잘리는 등 혼선을 인지하고 있다”며 “가로수 조성·관리 계획에 맞춰 매뉴얼을 구체화한 뒤 각 지자체 지침에 포함시켜 실행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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