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마치면 수사 본격화" 李 둘러싼 경찰의 시계 빨라지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양대 대선후보를 둘러싼 사건을 쥐고 있는 경찰의 시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당선인과 달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본인이 직접 사건들에 연루돼 있어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승렬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선거운동 기간 하루 전인 지난달 14일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통해 “어느 후보라도 선거 이후 좀 더 많은 수사력이 집중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명분이었지만, 역대 대선을 살펴보면 ‘패배자’에게 수사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경기남부청이 쥐고 있는 사건들은 그 수부터 이 후보 쪽에 집중된다. 대장동 개발사업과 백현동 개발사업에 대해 불거진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및 수행비서 채용비리 사건, 아들 동호씨의 불법도박 및 성매매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윤 당선인은 장모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 특혜 의혹, 하나다.

대장동 사건의 경우 경찰은 검찰과 역할을 나눠 성남시의회 로비에 수사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다만 최윤길 전 성남시의장이 구속 기소됐고 주요 인물들의 신병마저 검찰에서 확보한 터라 경찰의 수사는 마무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부에서도 주도권을 갖지 못한 사건에 모자란 수사 인력을 계속 낭비할 순 없다는 말이 나온다.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향방이 주목되는 건 백현동 개발사업이다. 대장동과 판박이로 꼽히는 이 사건은 개발이 불가능한 자연녹지를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나 용도를 상향 변경해줘 민간업자가 3천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챙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업 초기 100%였던 민간임대 비중은 돌연 10%로 줄었고, 일반분양이 90%로 늘어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에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에 대해 “성남시에서 가장 영향력이 센 로비스트”라며 “백현동 인허가를 그가 다 해줬다고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최근 알려지며 의혹이 부풀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06년 이 후보의 성남시장 선거 시절 선대본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마찬가지로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벌어진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분당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경찰에선 이 사건을 두고 한 차례 불송치 처분을 내린 바 있어 그 결론이 다시 뒤집히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검찰이 수원지검이나 성남지청 차원에서 다시 사건을 가져가 직접 수사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양쪽을 모두 똑같이 수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경찰은 상대편으로부터 ‘정치 보복’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기남부청을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여러 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이재명 후보에게 수사력이 집중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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