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캡틴 우크라이나, 이제 미래를 말하자

지난 8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영국 하원 화상 연설이 화제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숲에서, 들판에서, 해변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1940년 6월 윈스턴 처칠이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다”는 유명한 연설에 비유한 연설이다. 2차 세계대전 중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영국인들의 항전 의지를 고취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었다. 그날 영국 의원들은 눈시울을 붉히고, 기립 박수를 보냈다.

삼손과 골리앗 싸움과 같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죽음을 불사한 우크라이나 사람들 저항의 모습은 저 멀리 어느 동유럽 남의 나라가 아니라 바로 72년 전 우리에게도 있었던 민족상잔의 비극과 마주한 듯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 시절 우리도 화염병과 실탄이 떨어진 빈 총을 거머쥐고 적의 탱크와 빗발치는 포화 속으로 기꺼이 뛰어든 무명용사들의 장렬한 투혼이 있었다.

국가의 위기를 논할 때 많은 사람은 국가지도자가 역사의 흐름에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평가한다. 그래서 특정한 시기에 누가 국가 지도자였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생각한다. 우크라이나의 지도자는 러시아의 탱크와 군대에 맞서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여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CNN은 “우크라이나 최대 비밀병기는 젤렌스키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진정한 캡틴 우크라이나이다.

전쟁 같은 대선이 끝난 지도 5일이 지났다. 튼튼한 안보로 “끔찍하고 파괴적인” 참상이 우리에게도 발생해서는 안 되지만, 과연 젤렌스키처럼 암살 위협에도 가족과 함께 조국에 남아 끝까지 싸울 정치인, 위기 속에서도 국론이 분열되지 않고 국민을 뭉치게 할 수 있는 국가 지도자가 몇이나 될까 생각한다.

윤석열 당선자의 앞날은 기대 반 걱정 반이라는 여론이다. 그는 자신을 대통령 자리에 세운 국민 뜻이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개혁의 목소리이고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고 했다. 말한 대로 실천하면 좋은 대통령이 될 것이다.

이제 미래를 말하자. 세계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정확히 반(半)으로 갈린 상호불신의 국면을 찾아내어 탕평과 정권교체로 함몰된 정치교체도 이뤄야 한다. 군주론 속에 들어 있는 권력의 악마적인 측면을 널리 알려 경계로 삼길 바란다. 권력유지를 위한 지도자보다는 법의 정신이 구현되고 파벌적 정쟁도 멈추고 국민과 함께 가길 바란다. 희망의 나라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지길 바라며.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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