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쓸어가는 하늘, 멀어질수록 더 가까이 들리는 지성의 소리. TV를 통해 강의를 하던 고(故)이어령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월27일 암 투병 끝에 향년 89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한 고인은 충남 부여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 국문학과 재학 당시 비평가로 등단한 후 남다른 필력을 보이며 60여권의 저서를 냈다. <흙속에 바람속에(1960)>, <세계 지성과의 대화(1987)>,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달라진다(1997)>, <지성에서 영성으로(2010)> 등 수많은 저서를 써왔다. 고인은 1960년 서울 신문을 시작으로 1972년까지 한국일보, 경향신문,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 논설위원을 역임하면서 당대 최고의 논객으로 활약했다.
1966년부터 이화여대 강단에 선 이후 1987년까지 문리대학 교수를 1995~2001년 국어국문과 석좌교수를 지냈다. 또한, 88서울 올림픽 개·폐식 대본을 집필했던 고인은 개막식에서 굴렁쇠 소년을 연출하여 세계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코로나 대공황으로 절망에 빠진 현실 삶이란 무엇인가. 희망의 꿈을 꾸며 여기까지 왔는데 종종 걸음으로 자신을 돌아 볼 겨를도 없이 세월만 달아나 버렸다.
미국의 철학자 월리엄 제임스는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인간이 자신의 태도를 변화시킴으로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화된 인간은 결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역경을 바탕으로 새로운 의욕의 힘을 모아 낸다. 세상의 모진 풍파를 온몸으로 이겨내며 전진하는 사람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달라진다는 것은 변화의 시기마다 시대 정신과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인생의 건축사로서 분명한 목표를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누구인가. 새로운 비전을 내놓으며 큰 산맥의 자리를 지켰다는 고인의 뒷 모습이 긴 여음을 남겼다.
“인간이 선하다는 것을 믿으세요. 그 마음을 나누어 가지며 여러분과 작별합니다. 내가 받았던 빛나는 선물을 나는 돌려주려고 해요. 애초 있던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갑니다.”
영혼 보이지 않는 곳 먼 여정을 떠나면서 남긴 말이 다른 나를 깨닫게 해준다.
이명수 동두천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