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역세권구역 도시개발사업에서 시행자와 업무대행사간의 유착 의혹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인천시는 시행자인 송도역세권구역 도시개발사업조합에 업무집행정지 명령을 내리는 한편, 이후 점검 결과에 따라 인가취소 및 수사의뢰에도 나설 방침이다.
17일 시에 따르면 이날 조합이 정관 등을 어긴 것으로 보고 업무집행정지 행정명령을 했다. 업무집행정지 행정명령이 내려지면 조합은 금전소비대차계약 및 부동산 매각 대행 용역계약 등을 추진하지 못한다.
앞서 조합은 최대 지분을 보유한 조합원인 삼성물산㈜으로부터 1천292억원 중 935억원은 5.5% 이율, 이후부터 초과하는 금액은 2%의 이율로 사업비를 빌려 기반공사를 해왔다. 그러나 조합은 돌연 지난 1월10일 삼성물산에 사업비를 빌리지 않기로 결정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공사를 중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조합을 대상으로 사업비 확보 여부 및 공사 재개 가능성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와 조사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는 최근 조합이 업무대행사인 씨에이원과 7%대의 이율로 30억원의 사업비를 빌리기로 한 사실을 파악했다. 삼성물산이 사업비를 빌려줄 때 내건 조건인 2%의 이율보다 5%p 이상 높은 이율의 돈을 빌린다는 것이다.
특히 시는 조합이 씨에이원에 사업비를 빌리는 대신 송도역세권구역의 체비지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주겠다고 한 정황 역시 확인한 상태다. 또한 조합은 씨에이원에 매각할 체비지의 가격을 지난 2019년 환지계획을 인가했을 당시의 금액으로 책정했다.
이를 두고 시는 조합이 정관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의 정관은 체비지의 매각 방식을 공개입찰매각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는 조합이 씨에이원에 팔 체비지의 가격을 매각 당시의 감정평가 가격으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배임 혐의가 있을 것으로도 판단 중이다. 반대로 씨에이원은 조합으로부터 막대한 이자 이익를 거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싼 값으로 체비지를 사고 개발사업 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 밖에도 시는 조합이 삼성물산의 환지를 멋대로 청산하려 한 정황도 확인했다. 아울러 시는 조합의 중요 관계자가 씨에이원의 직원으로 근무 중인 사실도 인지하고 곧 추가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조합이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씨에이원에 이익을 퍼주는 등의 유착 의혹을 포착한 상태”라고 했다. 이어 “점검 과정에서 문제가 명확해지면 인가를 취소하고 이후 수사의뢰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민간 개발과 조합의 이익에 대해 시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옳지 않다”며 “시를 찾아가서 이유를 듣거나 설명하고, 안 된다면 행정소송을 해 법의 도움을 받겠다”고 했다. 이어 “담보로 내걸 게 없는 조합의 상황에서는 사업비를 빌리는 대신 7%대의 이율을 적용한 이자가 많다고 보진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선매수권을 주는 방식의 체비지 매각이 조합의 정관을 위반한다는 것에 대해선 “정관에 체비지의 우선매수권을 주지 말라는 내용이 없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송도역세권구역 도시개발사업은 연수구 옥련동 104 일대의 29만1천725㎡ 부지에 1천928억2천만원을 투입해 환지방식으로 2천862가구의 주거단지 외에도 특별계획구역에 송도역 복합환승센터 등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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