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망자 급증에 장례 5일장 기본…장례문화 바뀌어
“방법이 없잖습니까. 6일장이 되더라도 버텨야죠. 비록 시신이지만, 어머니 혼자만 차가운 냉동고에 모셔둘 수는 없잖아요.”
20일 오후 인천의 한 장례식장에서 모친의 빈소를 혼자 지키고 있는 A씨. 지난 17일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모친이 사망한 뒤 겨우 장례식장을 구했고, 3일장 내내 도움을 줬던 친척과 친구들은 모두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 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온갖 방법으로 화장장을 수소문해도 예약을 하지 못했다. 겨우 잡은 날짜가 22일”이라며 “확진자라며 염할때 조차 얼굴도 못 뵈었는데, 고인만 장례식장 안치실에 남겨둘 수 없었다”고 했다.
앞서 19일부터 차려진 바로 옆 빈소는 3일 뒤 가족들이 다시 모여 발인과 화장 등 나머지 장례절차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21일에 일단 3일장은 끝나지만, 화장장 예약이 오는 23일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5일장인 셈이다.
수도권을 벗어나 강원도까지 원정을 가 겨우 5일장을 치르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사망한 형의 장례를 치른 B씨는 형이 살던 서울은 물론 인천·경기지역 화장터까지 모두 문의를 했지만, 결국 예약을 하지 못했다. 결국 강원도의 한 화장터까지 먼 여정을 떠나 형의 장례를 치러냈다. B씨는 “현재 수도권 화장장은 아무리 빨라도 7일 뒤에나 가능하다고 한다”며 “강원도는 ‘관외 화장’이라 비용도 5배 이상 비싸지만,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고 했다.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라 사망자도 늘어나면서 고인의 시신을 보관할 장례식장 안치실은 물론 화장장 등 장례시설이 유례없는 포화상태를 빚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 내 장례식장 38곳에 모두 220개의 빈소와 389개의 안치실 등이 지난주부터 대부분 가득차 여력이 없는 상태다.
규모가 큰 길병원 장례식장과 인하대병원 장례식장도 안치실을 각각 16기, 14기를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 모두 운영 중이다. 일부 시신이 빠지는 시간대를 감안해도 최소 90% 이상의 가동률을 보이며, 곧바로 다른 시신이 들어온다. 평소에는 아무리 높아도 50~60%에 그친다. 한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최근 들어 안치실은 거의 풀로 돌아가고, 빈소를 잡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인천가족공원 내 승화원(화장장)도 통상적인 장례기간인 3일장이 아닌 5일장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14~17일 승화원에서 이뤄진 총 358건의 화장 중 5일장은 233건(65%)이다. 6일장 이상도 41건에 달한다. 이어 4일장이 34건, 3일장은 32건 순이다. 코로나19 사망자 급증으로 화장장이 꽉 차고 이로 인해 대기하는 시신들이 늘어나면서 3일장이 아닌 5일장 이상의 장례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시는 이 같은 현상이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급증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달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사망자는 20일간 355명에 달한다. 1일 평균 18명이다. 이는 지난 1~2월 코로나19로 인한 평균 사망자 2~3명과 비교하면 10배가 넘는 수치다.
시 관계자는 “우선 승화원의 1일 화장 건수를 대폭 늘린 상황”이라며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지만,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0시 기준으로 인천에선 1만9천149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또 지역 내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이어지면서 관련 사망자 19명 등 총 27명이 사망했다.
이민수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