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고물가 시대, 다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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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물가 오름세가 가파르다. 최근 수년간 0 혹은 1%대 상승에 머물던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작년 말 이후 전년동월대비 3% 후반대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당분간 물가상승세는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7%를 넘어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유럽 주요국들도 5% 내외의 물가상승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경제는 물가가 하락하면서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불과 수년 만에 상황이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이번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코로나와 경기 회복이다. 코로나로 인한 생산과 운송 차질 등 세계경제의 공급망이 완전히 복구되지 못한 상황에서, 소비 수요는 경기침체로부터 빠르게 회복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물가가 오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로 억눌렸던 소비의 반등 효과나 경기침체기에 시행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효과 등도 인플레이션 가속화에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차질은 언젠가는 해소될 것이고, 소비수요의 반등 효과나 경기부양책 효과들도 조만간 소멸할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주요 원인은 대체로 단기적인 성격을 갖는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물가상승이 당초 예상보다는 조금 더 심각하지만, 적절히 통제하기만 한다면 과거 1970~80년대 인플레이션처럼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현상이란 의견이 지배적인 것 같다.

그런데 설사 이번 물가상승이 단기간 내에 해소된다고 해도 앞으로의 세계경제는 지난 30년간에 비해 인플레이션을 좀 더 빈번하게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동안 세계경제가 저물가의 혜택을 누린 것은 1990년경 이후 중국과 동구권 등 노동력이 풍부하고, 임금이 낮은 국가들이 세계교역에 새로 참여하면서 저가의 제품 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한편 다른 나라의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중국의 생산연령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됐고, 임금도 크게 높아져 이러한 효과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높이는 몇 가지 중요한 장기적 변화가 존재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기후변화와 미중 헤게모니 분쟁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화 노력은 불가피하게 상당기간 생산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미중 분쟁은 글로벌 공급망의 블록화를 초래함으로써 역시 생산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 이후 각국이 효율성보다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추세도 같은 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세계경제는 1970~80년대 오일쇼크와 더불어 장기간의 인플레이션을 겪은 후 1990년경 이후 약 30년간은 저물가 시대를 경험했다. 그런데 이제 다시 고물가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역시 세상은 돌고 도는 것 같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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