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중동의 스포츠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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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데뷔, 지난 30년간 총 45승을 거두며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쌍벽을 이룬 필 미켈슨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켈슨은 지난해 PGA챔피언십에서 최고령 메이저대회 우승기록을 수립한 골프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최근 미켈슨에게 쏟아진 비난의 배경은 그가 오는 6월 시작될 새로운 골프리그인 슈퍼골프리그(SGL 혹은 프리미어골프리그 PGL)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SGL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대회로 막대한 우승 및 참가 상금을 내세워 미국과 유럽중심의 기존 골프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PGA투어와 유러피언 투어는 SGL에 합류하는 선수에 대한 처벌과 평생 출전 금지를 선포하는 등 초강경 대응을 하며 오일머니 견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실권을 잡고 난 뒤 본격적으로 스포츠산업 투자에 뛰어들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는 경제개혁 프로그램 ‘사우디 비전 2030’의 한 축도 스포츠산업 개발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인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하자 그 배경에 2018년 사망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배후로 지목된 빈 살만 왕세자가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스포츠로 세탁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국제적 비판이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가 스포츠외교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2022년 월드컵 주최국인 카타르는 지금까지 월드컵 전용 구장을 짓는 데만 2천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또한 카타르 국부펀드 카타르스포츠인베스트먼트(QSI)를 통해 2011년 프랑스 인기 축구클럽 파리 생제르맹 FC를 인수하기도 했다. 카타르는 2030년 도하아시안게임 유치에 성공해 2006년 이래 24년 만이자 통상 두 번째로 아시안게임을 개최한다.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 대통령의 이복동생인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흐얀이 2008년 영국의 맨체스터 시티 FC를 3천700억원에 인수하며 당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는데, 최근 중동 국가들의 유럽 프로축구 클럽 인수와 스포츠산업 육성과 관련해 ‘스포츠 워싱(sportswashing·스포츠를 통한 국가 이미지 세탁)’의 일환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스포츠는 오늘날 어느 사회에서나 잠재적인 정치적 이슈이며, 스포츠에 내재된 문화적 주제는 정치적 의미로 전환될 수 있는 이데올로기적 잠재력을 갖는다. 그런 까닭에 스포츠는 훌륭한 정치적, 외교적 수단으로서 작동하며 특히 외교 분야에서 매우 다양한 도구적 유용성을 표출한다.

스포츠는 미래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외교적 도구로 작동할 것이다. 중동의 산유국들이 스포츠외교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스포츠를 외교적 도구로서 작동하게 만드는 기제와 스포츠 외교의 주요 행위자들 및 그들 간의 상호작용이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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