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금슬 좋은 부부를 위한 관계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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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석 성균관대학교 성균인문동양학아카데미 주임교수

결혼식에 가면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 까지’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부부의 연을 맺어 한 평생 함께 하며 가정화목의 근간인 부부 화합을 이루라는 축원의 말일 것이다. 부부 관계는 당사자 둘은 물론, 자식들과 양가 부모형제, 친인척, 지인 등 주변에 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조화롭게 할 필요가 있다.

고전 『맹자』는 부부 간에 지켜야 할 관계 윤리로 ‘별(別)’을 강조했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남자 혹은 장자 중심의 사유가 주류 세계인식으로 등장한 이후, 고전이 사유문화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이론근거로 활용돼 역할의 구별이나 지위의 차별을 뜻하는 의미로 곡해되기도 했다.

본래 한자 ‘별’은 높고 낮음, 귀함과 천함의 가치가 들어 있지 않은 구분과 차이를 의미한다. 부부 사이에서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다름이다. 다름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관계에서 요구되는 것은 다름에 대한 인정과 존중의 자세다. 물론 다름을 존중한다고 각자의 다름을 무한정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부부는 매일 마주보며 생활하는 관계이므로, 나의 다름은 반드시 상대의 다름과 만나게 돼 있고, 때론 충돌한다.

태극기 가운데는 음과 양이 짝하고 있다. 음이 극대화 되거나, 양이 극대화 되더라도, 음과 양은 서로 없을 수 없다. 이것이 ‘대대(待對)’의 관계다. 대대는 나와 너의 영역이 명확하게 구분돼 서로의 권리를 n분의 1로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르지만 어느 하나 없을 수 없고 서로 연결돼 있다는 인식아래, 상황에 맞게 서로 살리는 공존을 도모하는 것이 이상이다.

서로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인륜이 시작인 부부관계는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실천 노력이 필요하다. 배우자에게 바라고 요구하는 것이 크고 자신에게 엄격하지 않으면 실망도 커져 관계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 상대방이 수준 높은 인격을 갖춘 완성된 인간이 아니라 되어가는 인간임을 인정해야 한다.

만일 상대방이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하면 절망하고 감정마저 차가워질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그대로 갚아준다고 생각하거나 아예 선을 긋고 법적인 부부로만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거나 똑같이 행동하는 것은 자신을 헤치고 자신의 존엄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상대방이 어떻든 스스로는 바르게 행동해 자신의 자존을 지키려 노력해야 한다. 물론 배우자의 변화 여부는 상대방의 몫이지 나의 몫이 아니다. 객관적 한계가 존재할 수도 있다.

조화로운 부부 관계를 위해 일상에서 진정성 있게 노력하는 것은 자신의 존엄을 스스로 지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시작이 될 수 있다. 거문고와 비파의 서로 다른 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감동적인 음악이 되듯, 서로 다른 존재가 인연을 맺어 다름을 존중하고 다름과 조화하며 금슬 좋은 부부 사이를 이루는 비결, ‘별’의 관계 윤리를 실천하는 데서 시작한다.

고재석 성균관대학교 성균인문동양학아카데미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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