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우리 사회는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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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옥 경기도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공정(公正), 공평하고 올바른 것. 정의(正義),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 정권이 바뀌면서 또다시 ‘공정과 정의’가 핵심 가치로 회자된다. 공정과 정의는 비단 정치가만의 덕목은 아니다. 공무원의 의무 중에도 ‘친절 공정의 의무’가 있고, 이는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국민과 주민들의 공복으로서 친절과 공정을 기본으로 임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공직이 아니더라도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운동가들의 첫 번째 가치는 ‘공정과 정의’여야 한다.

우리사회는 과연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지난해 3월부터 소비자상담 1위 품목이 유사투자자문이다. 1년동안 3만1천378건이 접수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며,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하지 않은 피해자는 그보다 몇 배는 많을 것이다.

피해 소비자는 간절하다. 소비자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피해를 보지만 돌려받기 어렵다. 유사투자자문업체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의 중재 역할을 무시한다. 방문판매법의 계속거래만 적용해도 형벌과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다. 법은 강력한데 집행하지 않으니 실효성이 없다. 소비자피해가 극심한데도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검찰과 경찰은 제대로 역할을 했는가 묻고 싶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신속하고 공정한 의료분쟁의 해결을 위해 공정한 감정과 조정을 위해 설립된 기구다. 의료중재원 앞에서 억울하다며 피켓시위를 하는 피해자나 홈페이지에 ‘의료중재원이 가재는 게편’이라는 글을 봤을 때에도 의료중재원의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정부회의에서 의료인의 기준과 입장에서만 과실(부주의)을 판단하는 경우를 경험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의료인 측은 ‘의료행위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다.’, ‘악결과는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이었다’ 등으로 주장하고, 심하게는 ‘의료인은 신(神)이 아니다’라고 강변한다. 의료중재원의 접수 건수 중 의료기관의 과실이나 부주의로 감정한 비율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 그 비율이 지나치게 적다면 공정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은 감정인 것이다.

의료분쟁 피해 소비자도 간절하고 억울하다. 감정부회의에서 강력하게 의견을 주장한 소비자대표는 감정부회의에서 배제된다는 의심이 들지 않도록, 의료인 출신인 감정부장이 ‘가재는 게편’이라는 선입견을 떨칠 수 있도록, 또한 의료중재원이 의료인에게 면죄부를 주고, 소비자대표는 거수기로 취급되지 않도록, 의료중재원이 ‘신뢰할 수 있는 감정, 공정한 조정’ 기관으로 역할하길 요구한다.

‘공정과 정의’의 실현은 힘있는 자, 권력있는 기관의 몫이다. 약자에게 공정과 정의는 내면의 갈등일 뿐,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고, 불공정(不公正)과 부정의(不正義)의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권익을 위한 공익활동가로서 새 정부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권력있는 기관의 공정하고 정의로운 행정행위와 사법조치를 강력하게 요망한다.

손철옥 경기도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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