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SG 흐르는… 한강에 띄우는 편지

image
김지웅 한국수자원공사 한강경영처장

우리나라 산지를 정리한 조선 후기 책으로 산경표가 있다. 그 기본원리는 ‘산자분수령’으로 산은 스스로 분수령이 된다는 것이다. 즉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산 없이 시작되는 강이 없고, 강을 품지 않은 산이 없다.

한강 역시 산으로부터 흐른다. 남한의 강원도 태백시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 북한의 강원도 금강군 옥발봉에서 발원한 북한강이 양수리에서 만나 한강이라는 한 몸이 된다. 지역적으로는 서울, 경기, 인천 수도권뿐 아니라 강원도와 충청북도로 통한다. 흐르고 통하는 곳에 나무와 꽃이 자라고, 생명이 깃든다. 이 땅, 물 그리고 생명까지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이루는 것이 바로 한강유역이다.

한강유역은 한강이 흐르는 곳의 자연과 생명을 포괄하는 공간이다. 인간도 자연과 생명의 일부다. 그렇기에 ‘인간과 자연의 공생’(Environment)은 ‘당연’해야 한다. 그러나 당연한 일이 반드시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간접적인 사회적 비용과 미래세대까지 감안한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K-water(한국수자원공사)는 2021년 시흥정수장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한강유역 13개 모든 정수장에 육상 태양광, 수열 에너지 등을 활용해 물 공급에 발생하는 탄소를 0으로 만드는 ‘Net-Zero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충주댐, 소양강 상류에는 지역주민과 수익을 공유하는 ‘주민참여형 수상 태양광’을 도입하는 등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다.

한강유역의 산과 물줄기 사이에는 우리가 사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서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이웃과 나누며 ‘사회와의 공존’(Social)을 추구한다. 지난 2020년에는 남양주시 와부읍 유휴 수도부지에 ‘어린이 숲 밧줄 놀이터’를 조성해 아이들에게 숲의 곁을 넓혔다. 올해 3월에는 아라뱃길 여객터미널 유휴공간을 청년들에게 창업공간으로 무상 제공하여 창업교육, 컨설팅 등을 지원했다. 소양강댐은 찾아가는 의료서비스(My own doctor)를, 충주댐은 집수리서비스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공존하고 있다.

한강유역은 유구한 시간을 흘러 역사에 존재했지만, 물관리에 있어 유역중심으로 통합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2018년 이원화 되어있던 수량과 수질을 통합하고, 2022년에는 하천까지 통합했다. 이에 발맞춰 통합물관리를 선도해온 K-water의 조직도 2020년 유역기반으로 재편했다. K-water 한강유역본부는 이제 수도권뿐 아니라 강원도와 충청북도까지 품고 있다. 물관리에 있어 행정구역을 넘어 유역의 주민이 함께하는 너른 품이 되었다. 그 품에서 소외되는 주민이 없도록 끊임없는 소통과 투명한 의사결정으로 신뢰의 뿌리를 내려 물과 지역, 그리고 사람이 함께 번영하는 공영의(Governance) 한강유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물은 그 성질과 근본을 생각할수록 참 닮고 싶다. 생명의 근원이 되고, 더러운 곳을 씻기고 낮은 곳에 머문다. 참 고맙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띄운다. 투명한 편지지에 한강이 흐른다. 태백서부터 양수리를 지나 한강유역 곳곳을 훑는다. 닿는 곳마다 초록이 자라고 꽃을 피우길 소망한다.

김지웅 한국수자원공사 한강경영처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