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대문 열고 들어서면
무너져 내린 흙벽 나무 청
검은 고양이 한 마리 들락날락하는
시골집
떨어져 나갈 듯 닳고 낡아
간신히 몸을 기대고 서 있는 부엌문
부뚜막에 나란히 걸린 가마솥
솥뚜껑에 앉은 뿌연 먼지
녹슨 채 세월의 무게 견디고 있다
눈물 콧물 흘리며 불 지피던 아궁이
메케한 연기 들이마시며
밥 짓던 유년의 기억 속에
노랗게 익어간 고구마, 은행, 알밤
내 허기를 채워주던 특별한 간식이
었지
수십 년 방치된 화로 형체 잃어가고
무성하게 자란 칡넝쿨 장독대 휘감
고 있다
이희강
충남 부여 출생
2018년 3월 문예비전 등단.
한국문인협회·경기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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