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대한의 자유, 조화로운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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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부천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장

2년 넘게 끌어온 거리두기가 해제됐다. 이제는 팝콘을 먹으며 영화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준비하던 중 이처럼 반가운 소식을 접하고는 뜬금없이 학부 시절 배웠던 ‘극장의 비유’가 떠올랐다. 경쟁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이랬다.

어느 마을, 사람들로 가득 찬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클라이맥스에 달할 즈음 제일 앞줄의 사람들이 영화를 더 잘 보기 위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잘 보이지 않게 된 그 뒷줄의 사람들도 일어서기 시작하고, 순차적으로 그다음 줄, 또 그다음 줄, 결국 제일 뒷줄의 사람들까지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영화를 보게 됐다. 그 결과 영화를 본다는 점에서는 모든 사람이 앉아서 볼 때와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 모두가 다리 아프게 일어서서 보아야 하는 사회적 비용만 지불하게 된다는 것이다.

선거도 본질적으로 경쟁을 내포한다. 극장의 비유에 빗대어 보자면, 경쟁 상황에서 어떤 재력 있는 후보자가 당선을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입해 전력투구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이에 질세라 경쟁 후보자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비슷하게 키 맞추기를 할 것이다. 그 결과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이라는 본질적인 면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데, 시민들은 넘쳐나는 현수막과 문자메시지의 홍수 속에서 정작 필요한 정보는 찾기 힘들어 질지도 모른다. 또한, 당선된 후보자는 다음 선거를 위해 이러한 정치자금 마련의 압박을 느낄 수도 있다.

선거법에서는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후보자간 경제력의 차이에 따른 불평등을 방지해 공정한 경쟁이 되게 하고자 몇 가지 장치들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선거운동원이나 현수막, 대량 문자메시지 등의 수를 동일하게 하고, 선거운동을 위해 사용하는 선거비용 총액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들은 1994년 통합 선거법이 제정되면서 규정된 이래 큰 골격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는다. 이는 선거운동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되, 조화로운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질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은 선거운동의 양이 아닌 질적 경쟁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며,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을 꼼꼼히 살펴보고 누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후보자인지 선택하길 기대한다.

박성민 부천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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