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고용 지원정책의 새로운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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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얼마 전 발표된 주요 고용지표는 고무적이다. 지난달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는 1천475만3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9% 증가했다. 더욱이 모든 산업과 전 연령층에서 피보험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62.1%, 15∼64세 고용률은 68.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전년 대비 증가한 86만5천명 중 42만4천명이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나타났고, 업종별로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과 공공행정에서 증가분이 컸다. 기획재정부는 취업자 증가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더욱이 정부 재정지출로 만든 공공일자리로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향후 고용정책은 양관리보다 질관리에 중점을 두고, 공공부문보다 민간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을 주도해야 함을 예고했다.

관건은 역시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데 있는 듯하다. 하지만 자동화와 로봇공정,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과학 기술의 적용은 일자리 창출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미중 패권 다툼,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차질은 한동안 경기침체를 가중시킬 수 있다. 이렇듯 기업이 공격적으로 일자리를 공급하기에 제약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용형태와 근로시간의 유연화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조건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유연화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고용의 유연화는 노동자의 다숙련성, 복수의 취업능력을 전제로 한다. 공백 없이 이어지는 구인 구직의 매칭도 필수적이다. 관대한 실업급여 및 실업부조도 빠져선 안 된다. 유연하게 고용되거나 노동을 해도 적정한 수준의 보상과 소득이 보장돼야 그렇게 할 만한 일이 된다. 또 그것은 고용형태와 근로시간의 유연화로 신분과 보상에서 차별이 없거나 최소 수준으로 허용되는 조건에서야 다른 복지 수요를 발생시키지 않고 작동된다.

또 노동력이라는 상품은 여느 상품과 달리 한 번 쓰고 마는 재화가 아니다. 인간의 삶을, 그것도 행복하게 지속적으로 영위하게 하는 재화다.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사회와 국가의 존속을 위해 기여하는 재화인 것이다. 노동력과 일자리가 공적 손길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자리 지원정책은 시장 기제와 정부 재정지원을 병행·혼용해야 한다. 정부마다 일자리 만들기와 함께 일자리 나누기도 한 데에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 고용의 유연화와 탈규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이것 역시 또 다른 규제와 보호가 있어야 가능하고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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