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이동노동자의 휴식 제공을 위해 ‘이동노동자 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낮은 이용률로 인해 무용지물로 전락했단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오전 수원특례시 팔달구에 위치한 수원 이동노동자쉼터. 해당 쉼터는 배달라이더들의 이동량이 많은 수원의 번화가 중 한 곳인 인계동에 있었지만, 쉼터 내부는 적막만 가득했다. 이동노동자들이 휴식을 위해 주변에 잠시 차를 댈 만한 공간은 인근에 주정차된 차량들 수십대에 의해 점령된 상태였다.
이날 오후 안양시 동안구의 안양 이동노동자쉼터도 상황은 마찬가지. 건물 4층에 위치한 이 쉼터는 오후 시간대였음에도 이용자는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평촌역 한 가운데 위치해 있어 접근성은 수월했지만, 택배기사나 라이더들의 주차 공간은 마땅히 존재하지 않았다. 라이더 김형민씨(32)는 “인근에 주차할 공간도 마땅하지 않아 쉼터 이용은 꺼리게 된다”며 “안양엔 이곳에 쉼터가 한 곳 뿐인데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는 라이더들에겐 차라리 근처 공원에서 쉬는 게 훨씬 낫다”고 꼬집었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대리기사, 배달라이더 등 이동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사업비 약 56억원을 투입해 지난 2020년부터 해당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도내 9개 지역에 10개의 쉼터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사업 시행 3년차를 맞았지만, 수원 쉼터의 경우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약 40명에 그치고 있고 안양 쉼터는 10여명 남짓인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보다 성남과 고양(2개)을 제외한 7개 쉼터는 주말에 운영을 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반면 경기지역에서 유일하게 컨테이너 형태의 ‘간이쉼터’로 운영되는 고양시 이동노동자쉼터의 경우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컨테이너가 고양 화정역 광장과 장항공영주차장 내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수월한 데다 주차공간도 충분히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여간 해당 사업을 진행하며 이 같은 반응을 접수한 경기도도 향후 쉼터 증설 시 간이쉼터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은 “단기적으론 지자체에서 인근 상점들과 제휴해 이동노동자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장기적으론 이동노동자의 만족도가 높았던 간이쉼터를 더욱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배달량이 많은 주말 운영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어, 주말 운영 확대계획도 추진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간이쉼터는 향후 시군에서 증설에 대한 요청이 오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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