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단독주택 재활용 분리배출 의무화에도 골목엔 쓰레기 전쟁

분리배출함 ‘1만여개’ 관리감독 없어

단독주택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 의무화 제도가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난 6일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한 골목에 놓인 분리배출대 옆으로 쓰레기더미가 쌓여 있다. 김지혜기자

단독주택의 재활용 분리배출 의무화 제도 도입 6개월이 지나도록 인천지역 단독주택가 곳곳에서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인천시를 비롯한 10개 군·구가 이를 위해 분리배출대 1만여대를 마련했지만, 대부분 군·구가 인력 한계를 이유로 사실상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있어 제도가 겉돌고 있다.

6일 환경부와 시 등에 따르면 단독주택·다세대주택 입주민들은 투명 페트병 및 비닐 등을 분리배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3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날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골목길에는 여전히 플라스틱과 일반 생활 쓰레기 등이 뒤섞여 쓰레기장을 방불케했다.

이날 오전 9시께 남동구 만수동의 한 분리배출대 앞. 분리배출대마다 ‘비닐류’와 ‘투명플라스틱’·‘캔’·‘종이류’등 재활용 품목이 적혀 있지만, 각종 쓰레기가 뒤섞여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상자 안에는 배달용기와 스티로폼을 섞어 버렸고, 배달용기 세척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악취를 뿜어내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께 중구 송월동의 한 골목길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투명페트병을 수거하는 노란 봉투에는 종이가 한 데 섞여있고, 비닐류를 수거하는 보라색 봉투에는 페트병이 담긴 채 버젓이 놓여있다. 인근 주민 A씨(30)는 “테이크아웃 컵이나 재활용이 안되는 과자봉지를 분리배출대에 그냥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며 “분리배출대가 아니라 쓰레기통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고 했다.

이날 낮 12시께 연수구 청학동의 한 분리배출대에도 재활용 품목마다 다른 색의 봉투가 걸려 있지만 대부분 재활용 쓰레기를 구분하지 않고 한 데 버려뒀다. 라벨을 뜯지 않은 페트병과 과자 포장지, 음료수 캔, 종이컵 등이 다른 생활 쓰레기 더미와 함께 같은 봉지에 담겨있다. 인근 주민 B씨(60)는 “여기 상가 주인이나 빌라 관리인들에게 관리하라고 하는데 생업이 바빠 어렵다”며 “관리 시스템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구는 분리배출대만 설치할 뿐 별다른 관리·감독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처음 분리배출대를 보급할 당시 번호를 매겨 1만개를 보급했지만, 위치가 달라지거나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한 구 관계자는 “공동주택 분리수거와 달리 단독주택·다세대주택의 분리수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공공 일자리를 통해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좀 더 관리하겠다”고 했다. 이어 “투명 페트병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형태 등을 통해 분리배출 구조를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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