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지금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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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홍 강남대 교수

현재는 과거 영향을 받고 미래에 영향을 준다. 상상을 통하면 현재도 과거에 영향을 미치고, 미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실과 상상은 항상 현재에 터 잡기 마련이다. 실제 세계와 가상 세계가 공존하는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에는 세상을 더욱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여기는 많은 시공간 중 하나의 점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연결된 자리요, 시간이다. 다시 말해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지금 여기에서 관계를 맺는 셈이다.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관계에서 비롯한다. 그것도 긍정과 능동의 관계 말이다. 사랑이 대표적이다. 시인들이 이미 설파하지 않았던가. 주지 않는 사랑은 지고 나르는 고통이라고(시인 박노해). 또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고, 사랑했으므로 행복했다고(시인 유치환). 저 사랑을 바로 긍정과 능동의 관계로 읽을 수 있다. 결국 내가 행복해지려면 다른 이들이 먼저 행복해지도록 해야 한다.

왜 나는 부자가 아닌가. 왜 나는 유명해지지 못할까?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런 생각은 긍정의 관계, 사랑을 아예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부자가 되고, 유명한 사람들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저 고민이 버텨낼까?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내가 왜 지금 행복하지 않을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하루, 하루를 즐겁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재물이 풍족하다거나 사회적으로 명성이 있다거나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자기 삶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이들이다. 그러면서 삶에 더 큰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 이들은 자기 삶과 다른 사람의 삶을 결코 비교하지 않고, 먼 미래에 있는지 모르지만, 도무지 가까워지는 기미가 없는 행복을 기다리며 조바심 내지 않는다. 지금 여기에서 이 순간을 소중하게 보낼 때 그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걸 안다. 그러니 삶이 즐거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걱정은 마음이 자꾸만 미래로 향할 때 생기는 심리 현상이다. 스님처럼 마음 수행하기야 어렵지만, 우리 걱정의 뿌리가 다 ‘나(自我)’에게 있다는 걸 깨닫고 자꾸 실천하다보면 적어도 걱정과 노여움, 스트레스는 줄일 수 있다. 얼마 전 거처를 이곳 강원도로 옮겨 ‘적막한 대관령 산자락을 거닐면서 그간 고정관념으로 때 끼어 굳어진 잘못된 사고와 행동을 바로 보고 버려갈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애지중지했던 것들 버리는 법, 생각의 거품과 군살을 걷어내 복잡한 머리와 주변을 정리하는 법도 배워간다. 고통에 강요당한 것이라고 전 같으면 생각했을 것을, 이제는 고통과의 관계 속에서 고통 덕에 배운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니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지금 통증도 한결 덜하고, 내 삶도 괜찮다 싶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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