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경찰 호위 속 물류 호송작전… 피 말리는 ‘화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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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 사흘째인 9일 오후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경찰의 보호 속에 화물차량들이 출차하고 있다. 김시범기자

화물연대 파업 사흘째… 의왕ICD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무기한 총파업이 사흘째에 접어들며 점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화물기사들의 운송 거부로 물동량이 바닥을 치면서 수도권 물류의 중심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선 물류 호송작전까지 진행됐다.

9일 오후 2시30분께 의왕ICD 제1터미널 출구 방면에서 경찰의 호위 속에 화물차량들의 출차가 시도됐다.

컨테이너를 실은 차량들이 게이트에 들어설 때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운전자를 막아 세우고 파업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물류 운송이 시급했던 기사들은 쉽사리 설득되지 않았고 끝내 차량은 게이트를 넘어 서서히 내리막길을 달렸다.

대로변으로 합류하는 지점에서 대기하던 화물연대 조합원 50여명은 차량이 출차할 때마다 연신 차량번호를 외쳤다. ‘당신들은 안전운임제를 보장받을 자격이 없다’는 말과 함께 욕설이 오가면서 다소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물리적 충돌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첫 출차 이후 1시간에 걸쳐 총 10대의 차량들이 출차에 성공했다. 특히 마지막 차량은 화물연대 가입 운수업체의 것으로, 노조의 반발과 항의가 가장 격렬했다. 몇몇 조합원은 운전석 창가를 두드린 뒤 운전대를 잡은 화물기사와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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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 사흘째인 9일 오후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경찰의 보호 속에 화물차량들이 출차하고 있다. 장희준기자

노조와의 충돌을 각오하고 의왕ICD에서 출차가 시도된 배경에는 파업 사흘 만에 바닥을 친 물동량이 있다.

파업 첫날이던 지난 7일 의왕ICD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의 14.4% 수준인 631TEU에 그쳤다. 전날(수요일) 역시 요일 평균 4천436TEU를 한참 밑도는 392TEU에 그쳤다. 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뜻한다.

항만도 비상이다. 평택항은 평시의 2~3%수준으로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급감했고, 인천항의 경우 10~20% 선까지 떨어졌다.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의 인천항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1천157TEU로, 지난달 동시간대의 23% 수준이다.

이 밖에도 전국 각지의 주요 시멘트공장이 봉쇄되며 건설현장까지 피해가 번지거나, 완성차 납품업계 또한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로 공장 가동이 반복해서 일시 중단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파업의 주된 이유인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에 대해 정부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법 개정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 노조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피해는 더욱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날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서 불법 집회를 벌이던 화물연대 조합원 15명이 무더기로 체포된 사건과 관련, 이천경찰서는 화물연대 대전본부 하이트진로 지부장 A씨에 대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석방 조치됐다.

장희준·노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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