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죽전로·수원 영통동 상가 등 곳곳 전선 뒤엉켜있고 먼지 수북 5년간 6월 화재발생 비율 13%… 이른 더위에 에어컨 사용 급증 소비자원, 제조사 협력 사전 점검… “전선훼손 여부 등 자주 확인을”
빠르게 찾아온 더위로 에어컨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한 실외기 관리가 화재로 번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12일 오후 용인특례시 기흥구 죽전로의 한 상가. 상가 2~3층 베란다엔 에어컨 실외기 약 80대가 겹겹이 늘어서 있었는데, 여러 대의 실외기가 좁은 공간에 모여있다 보니 전선은 마구잡이로 엉켜있는 상태였다. 또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아 먼지가 수북이 쌓인 실외기들은 이날 약 30도에 육박하는 온도 탓에 쉴 새 없이 가동 중이었다. 이들 실외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내뿜는 열은 1층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같은 시각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통동의 한 상가도 상황은 마찬가지. 2층부터 7층까지 베란다마다 빼곡히 배치된 실외기 30여대가 쉬지 않고 작동 중이었다. 무엇보다 일부 가동 중이지 않은 실외기의 날개 사이엔 닦이지 않은 먼지가 그대로 붙어 방치돼 있는 등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 김영문씨(43)는 “깨끗하게 관리돼도 오랜 시간 가동되면 가열돼 화재 위험이 커지는데, 관리까지 안 돼 있으니 이런 실외기들이 작동된다면 화재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통상 에어컨 화재는 7~8월에 집중된다. 하지만 2017~2021년 5년간 경기지역에서 6월에 발생한 화재 비율도 약 13%를 차지해 적지 않은 비중을 나타냈다. 더욱이 지난달엔 에어컨 사용량이 급증해 전력수요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5% 증가한 6만6천243㎿로 5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향후 더위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6월의 에어컨 사용량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컨 실외기 등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소비자원은 실외기로 인한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4개 제조업체와 ‘가전제품 사업자 정례협의체’를 꾸려 매달 소방청으로부터 에어컨 화재 관련 자료를 받아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소비자원은 이들 제조사와 함께 지난 4월25일부터 한 달간 여름철 에어컨 화재 사고 방지를 위해 사전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에어컨 실외기는 한 번 설치되면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며 “미흡한 실외기 관리가 화재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관계 당국은 실외기 관리에 대한 적극적 홍보와 함께 계도활동에도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실외기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무상점검을 통해 성능 검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소비자들도 화재 예방을 위해 실외기 설치 시 벽면과 10㎝ 이상 거리를 두는 한편 사용 전 먼지 제거·전선 훼손 유무 등을 확인하는 점검도 자주 시행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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