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니체의 ‘아모르파티’와 노자의 ‘거피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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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운 소설가

춘추시대 사상가로 제자백가(諸子百家)의 문을 연 노자(老子)는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道]을 제시했다. 노자 사상을 정리한 책이 ‘도덕경’이며 그 사상의 핵심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다. 억지로 고치고 다듬어 무엇을 만들지 말고 흐르는 물처럼 자연에 동화해 살아가라는 것이다. 쉬운 듯하나 해석하기도 행동으로 옮기기도 어려운 말이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이 내놓는 노자 사상의 해석 또한 분분하다.

무위(無爲)는 유위(有爲)의 반대 개념이다. 대부분 세상 사람들은 유위에서 살아간다. 유위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 의지하는 것, 즉 인연에 따라 쌓은 물질에 의해 능력을 만드는 걸 일컫는다. 지식이든 재물이든 이를 쌓아가는 일이 유위에서 일어난다. 노자는 이 유위를 버리고 반대쪽에 있는 무위를 선택하라고 했다. 대다수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질서를 버리고 비어 있는 공간인 무위에 서라는 거다. 그래서 노자는 알기도 따르기도 어렵다.

‘도덕경’ 5천자 중에서 딱 잡히는 대목이 몇 군데 있다. 이것만 제대로 발견하면 노자의 길에 들어선다.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와 ‘거피취차(去彼取此)’가 그것이다. ‘무위이무불위’는 무위에서 뭘 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거피취차’는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잡으라는 뜻이다. 이 두 말은 서로 일맥상통한다. 무위는 유위와 달리 앎이 없는 공간이다. 자연의 질서에 맞추어 오직 지금 내가 원하고 생각하는 대로 길을 만들며 행동하는 공간이다. ‘거피취차’를 다산 정약용은 ‘이상을 버리고 일상에 몰두하라’라고 해석했다. 머릿속에 그림 그리지 말고 지금 눈앞에 보이는 현상을 붙들라는 의미다.

이 두 명제를 달리 풀어보면 학습된 사고에서 벗어나 나의 눈으로 나를 발견하라는 의미다. 낯설지만 그게 노자가 말한 ‘길’이며 내가 가야 하는 길이다. 지금 내가 가는 길을 바꾸지 않으면 나는 그 길로만 가게 된다. 누구나 인생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하지만 돌아서면 여전히 그 길 위에 서 있다. 익숙한 길을 놓지 못해서다. 방향을 바꾸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로 가야 인생이 바뀐다. 이게 ‘거피취차’다.

‘무위이무불위’와 ‘거피취차’는 모두 같은 길 위에서 만난다. 니체가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고 한 ‘아모르 파티(amor fati)’도 호라티우스가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고 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도 결국 같은 길 위에 있다. 쥘 들뢰즈가 말한 ‘차이와 반복’ 역시 그렇다.

김호운 소설가·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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