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개성공단 ‘휴·폐업 30곳’… 희망도 꺼졌다

125개 기업중 30.4%은 경기도 업체... 4곳 중 1곳 '휴·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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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지난 2020년 6월16일 폭파되는 모습. 경기일보DB

“재가동의 희망이 폭파와 함께 날아간 지 2년이 지났지만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경제협력사업 일환으로 가동됐던 ‘개성공단’의 입주기업 4곳 중 1곳이 휴·폐업했다. 지난 2020년 6월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동시에 희망도 부서진 세월만 2년, 입주기업들은 여전히 공단이 재운영되는 ‘그 날’만 꿈꾼다.

15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2004년 12월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개성공단은 당초 전국 125개(실 가동기업 123개) 기업이 입주해 있었다. 이 중 경기도 입주기업이 38개로 전체의 30.4% 수준을 차지했다. 특히 섬유산업과 기계금속 산업 등 저위기술군에 해당하는 노동집약적 산업부문 기업들이 몰렸다.

개성공단에 고용된 북측 근로자 수만도 최대 5만여명에 달했다. 연 생산액 역시 지난 2013년 2억2천378만 달러, 2014년 4억6천997만 달러, 2015년 5억6천330만 달러 등 해마다 증가할 정도로 ‘피크’를 보냈다.

하지만 훈풍도 잠시, 곧 모든게 멈춰섰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지난 2016년 2월 우리 정부의 긴급철수 명령을 받고 자리를 떠야만 했기 때문이다. 뒤이어 지난 2020년 6월16일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됐다.

그렇게 현재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휴·폐업 신고를 한 곳은 30여개가 됐다. 업종을 바꾸거나, 휴·폐업 신고를 하지 않고 문 닫은 곳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냉랭한 남북관계 여파는 고스란히 입주기업 경영난으로 연결됐다.

개성공단 시범단지가 처음 꾸려지던 2007년께 기대감을 안고 출발했던 경기도 한 봉제업체 직원 A씨도 마찬가지다. 개성을 메인으로, 중국 청도를 서브로 하는 투 트랙 운영을 펼치며 개성공단 안에서 북측 근로자를 180~210명까지 고용했지만 ‘승승장구’ 시절이 오래 가지 못했다.

A씨는 “2015년 한창 사업이 잘돼 공단 내 건물을 하나 더 올릴지 말지 논의가 되던 때였다. 이듬해 설 명절 즈음 ‘개성공단 사태’가 터지면서 한 날 한 시에 공장 문을 닫게 됐다”며 “기존 바이어와 신뢰관계가 끊어지고 남측의 자재도 더이상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 아닌가. 결국 먹고 살기 위해 베트남 등 다른 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다시 불켜진 밝은 미래를 희망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공단 폐쇄 장기화로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크다. 해마다 휴·폐업 수가 늘고 있는 상태”라며 “새롭게 들어선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생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공단 운영 재개·손실 보상 등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연우·이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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