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코로나 엔데믹의 건강한 게임문화가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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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며칠 전 조카 가족이 방문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1등을 놓치지 않던 조카가 이젠 어엿한 변호사가 돼 찾아오니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인 조카의 아이는 집에 들어와도 눈 한번 마주치기 힘들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하느라 처음 보는 집안 어른들은 안중에도 없다. 식사하는 중에도 시선과 관심은 오로지 게임 뿐이다. 조카가 민망해하면서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표정이다.

2년이 넘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은 우리 삶에 여러 가지 영향을 끼쳤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에서 비만율이 증가했고 특히 소아청소년의 비만율 증가가 더 심각하다고 한다. 비만율 증가는 비대면 수업때문에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하고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섭취한 것도 원인이지만, 장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한 생활습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몰입하는 이유는 게임인데,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미성년자 게임과 관련된 상담건수가 2019년 402건에서 2020년 763건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한 것만 봐도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디지털게임 국제거래 소비자불만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법정대리인 동의없는 미성년자의 결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없이 게임 요금을 결제했을 때 환급받을 수 있을까? 현실은 정말 어렵다. 한국소비자원에서 분석하듯이 게임사업자는 구매 이후 환급이 불가하다는 자체 약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해외사업자인 경우 언어장벽으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려우며, 환급 문의에도 잘 회신하지 않아 소비자의 불만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성년자가 게임 요금을 결제하는 경우는 크게 미성년자 본인 명의로 결제하는 경우와 부모의 명의로 결제하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미성년자 본인 명의로 결제한 경우에는 용돈의 범위를 벗어나는 큰 금액인데 부모의 동의가 없었다면 취소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부모의 명의, 주로 부모의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가 해결이 매우 어렵다. 게임사업자는 부모 명의로 결제한 이상 게임이용자가 부모인지 미성년자인지 확인할 수 없으므로 환급을 해줄 수 없다고 한다. 소비자는 게임 계정이 미성년자 명의이고 미성년자가 게임이용자라는 점, 신용카드 명의가 부모인데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 결제한 점 등을 주장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를 조작하는 등 적극적으로 게임사업자를 속였다면 환급받기 어렵다.

코로나19 엔데믹(Endemic)을 맞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게임문화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할 때다. 이제는 활기찬 외부 활동과 바람직한 식습관, 그리고 올바른 게임문화로 미래의 주역 어린이와 청소년이 건강하게 자라나야 할 때다. 다음에 만날 때에는 외종손(外從孫)과 눈이라도 마주치고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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