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효성구역 개발사업 시행사 주민 불법 강제퇴거 논란

효성구역 철거민 길바닥 신세...“돈 한푼도 못받고 쫓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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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인천 계양구 효성구역 도시개발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효성동100의 한 주택에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다. 이지용기자

인천 효성구역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사인 ㈜JK도시개발이 주민들의 보상여부 심사 요청을 묵살하는 등 불법으로 강제퇴거 절차를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인천시와 JK도시개발에 따르면 JK도시개발은 지난 2019년부터 계양구 효성동 100 일대의 43만 4천989㎡에 공동·단독주택 3천998가구를 조성하는 도시개발사업을 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6천816억원, 준공 예정일은 2025년 12월이다.

당초 효성구역에 살고 있던 450가구 중 현재 강제철거·강제집행·협상 등을 거쳐 370가(82.2%)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고, 현재는 80가구만이 남아 있다. 그러나 JK도시개발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을 위반한 채 주민들의 보상여부 심사 요청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JK도시개발은 지난해 4월 효성구역의 주민 88가구로 부터 토지·건축물 보상권리 여부 심사를 위한 토지수용재결위원회 청구를 받고도 시에 수용재결위 개최 신청을 하지 않았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 제30조 2항은 시행사가 주민들로부터 수용재결위 청구를 받으면 토지 등의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60일 이내에 해당 지자체에 수용재결위 개최 신청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JK도시개발처럼 시행사가 시에 수용재결위를 신청하지 않으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이들 주민에게 지연 일수와 법정이율을 적용한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시행사가 수용재결위 청구에 대해 자체적으로 판단해 신청하지 않는 것은 위법사항에 해당한다”고 했다.

특히 주민들은 JK도시개발이 시에 수용재결위 개최 신청을 하지 않자 지난해부터 시에 수용재결위를 열어달라는 민원을 지속적으로 넣고 있다. 이런데도 시는 ‘JK도시개발로부터 수용재결위 신청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1년이 넘게 수용 재결위를 열지 않고 있다. 효성구역 주민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시에 민원을 넣으면 주민들을 도와줄 줄 알았는데, 아예 무시하고 있다”며 “수용재결위를 열려면 주민들이 직접 행정소송을 하라는 답변만 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시는 지난 2020년 5월 실시계획 인가 과정에서 ‘시행사가 주민과 성실한 협의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사업을 승인했다. 하지만 JK도시개발과 시가 주민들의 의견을 모두 묵살하는 과정에서 수용재결위를 신청한 88가구 중 63가구는 이미 강제퇴거·강제집행을 당했다. 이에 대해 JK도시개발 관계자는 “이미 주민이 살고 있는 토지 등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보상권리가 없는 무단점유자로 판단, 수용재결위를 올리지 않았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사인간 문제이기 때문에 시행사에 수용재결위 신청을 지시하기 어려웠다”며 “현재 주민들의 피해를 인지한 만큼, 구제방법 및 행정심판 등의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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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인천 계양구 효성구역 도시개발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효성동100의 한 주택의 문과 창문 등이 부서져 있다. 이지용기자

효성구역 철거민 길바닥 신세...“돈 한푼도 못받고 쫓겨났다”

“돈 한푼도 못 받고 쫓겨났습니다. 이젠 길바닥 위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습니다.”

27일 오후 인천 계양구 효성동 계양산 아랫자락의 한 마을. 마을 입구부터 수십여채의 주택이 창문과 대문, 벽 등이 부서져 있다. 주택 안에는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어 악취를 내뿜는다.

30년 이상 인근에서 살았던 주민 A씨는 지난해 효성구역 도시개발사업 시행사인 ㈜JK도시개발로부터 보상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고 강제집행 당했다. 지금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A씨는 “토지보상법에 의해 1989년 이전에 거주한 사람은 보상권리가 있다”며 “하지만 보상 여부에 대한 심사조차 받을 기회를 잃었다”고 했다. 이어 “수개월째 살 곳을 찾지 못해 막막할 뿐”이라고 했다.

특히 이곳에 남아 살고 있는 일부 주민들은 수개월 전 마을에 들이닥친 철거용역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인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B씨는 “일부 주택을 강제철거 하겠다는 이유로 철거용역들이 마을 입구를 막아 주민들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다”며 “철거용역들이 주민들을 밀치고 욕설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현재 효성구역 내에는 모두 63가구의 주민들이 강제퇴거·집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각종 인권 피해 등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민들의 호소에도 인천시는 인권 피해에 대한 시 차원의 제도나 노력은 전무하다.

반면 서울시의 경우 서울지방변호사회 등과 함께 강제퇴거 등을 당하는 주민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인권지킴이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코디네이터제도’ 등을 통해 주민과 시행사의 협의를 이끌어내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은 “주민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관련 사업 부서와 협의를 하겠다”고 했다. 이어 “면밀한 검토를 통해 문제가 있는 제도를 개선하는 등 주민들의 피해를 막겠다”고 했다.

이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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