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시락·김밥 수요↑...겁나는 ‘런치플레이션’
#1. “황금 같은 점심시간, 구내식당 줄 서는 시간이 아까워 외식했는데 이젠 돈이 더 아까워 그냥 기다려요”
광교신도시가 속해 있는 수원특례시 영통구 이의동. 경기도청 신청사가 문을 열면서 인근 식당가가 ‘반짝 인기’를 누렸지만 점점 발길은 24층 청사 ‘구내식당’에 몰린다. 외식값이 비싸다는 이유다.
도청 공무원 A씨(33)는 “그동안 신청사 엘리베이터가 부족해 많은 공무원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싫다면서 밖에서 빠르게 먹고 들어오는 편이었는데 최근엔 그렇지 않다”며 “식당에서 먹으면 짧고 간단한 식사에도 1만2천~1만5천원은 들여야 하니까 아깝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 “점심값 아까워 비대면 수업 그리워요”
대학가도 마찬가지다. 원룸, 고시텔 등에 거주하는 자취생을 위한 ‘가성비’ 분식집, 도시락 전문점 등도 메뉴 값을 올렸다.
경기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B씨(23)는 “그동안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만 진행하다 올해부터 대면수업을 하게 됐는데 차라리 비대면 수업 때가 그립다”며 “학교에 나오니까 점심을 사먹어야 해서 돈이 부담스럽기 때문인데, 가끔은 편의점에서 간단히 허기만 채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치솟는 외식물가에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서 ‘밥값’마저 골치다.
신도시나 오피스 상권에선 한 끼 식사가 1만5천원을 웃도는가 하면, 대학가에서도 김밥·도시락 같은 음식 값이 줄줄이 올라 남녀노소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28일 통계청과 한국소비자원 등에 따르면 ‘외식 메뉴’의 대표주자인 김치찌개는 지난해 6천615원에서 올해 7천241원으로 약 9% 가격이 올랐다. 칼국수도 같은 기간 7천308원에서 7천897원으로 비싸졌고, △냉면(8천577원→9천259원) △백반(6천615원→7천241원) △자장면(5천692원→6천원) 등도 잇따라 값을 올렸다. 평균적으로 전년 대비 올해 외식에 드는 비용이 8%p 증가했다.
이는 러시아발 전쟁 여파로 원재료가 되는 각종 곡물 가격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또 세계적인 수출 제한 조치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비단 식료품 소비자물가지수만 보더라도 지수는 지난달 111을 넘겨 최근 1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보통 식료품 값을 100%라고 본다면 지금은 약 111% 비싼 값에 사야하는 셈이다.
유통업계에선 ‘구독권’이라는 대안도 꺼냈다.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샌드위치 같은 간편식사류를 구독하면 온·오프라인에서 정해진 횟수 만큼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한 달 간 10회에 걸쳐 20% 할인이 가능한 식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CU의 경우 올해 1~5월 구독 서비스 사용을 분석한 결과 전국 사용량이 전년 대비 49.3% 늘었다”며 “외식 가격이 부담스러워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저렴한 방법으로 편의점을 찾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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