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위기의 경제, 노사 상생에서 답 찾아야

한국 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언제는 경기가 좋다고 말했겠느냐마는 코로나19 위기 후 다가오는 후폭풍은 어떠한 결과를 불러올 지 두려울 정도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올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960조원에 달한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말보다 40% 늘었다. 대기업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 기업데이터연구소가 국내 500대 기업 중 273개 제조업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들이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차입금(유동성 차입금) 규모가 3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 대출 역시 크게 늘고 있다.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천60조6천억원으로, 4월 말보다 한 달 새 4천억원 증가했다.

생활 물가는 더 난리다. 빚이 늘고 있는 것도 고통스러운데 기름 값은 연일 고공 행진을 벌여 리터당 2천100원을 넘어선 지 오래고, 각종 식재료 값도 올라 올해 1분기 4인 가족 식비는 월 평균 106만6천902원(통계청 조사)을 넘어섰다. 지난해 1분기(97만2천286원)와 비교하면 9.7% 증가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도 오른다.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란 뜻이다.

경제 위기를 타계해야 할 주체는 결국 기업일 텐데, 기업들의 전망도 어둡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수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전망한 올해 수출입 상황을 보면 올해 수출은 7천39억달러, 수입은 7천185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수지가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147억달러 적자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무역적자 132억달러보다 큰 규모다.

이런 가운데 2023년도 최저임금 협상이 이뤄졌다. 결과는 올해 시급 9천160원보다 460원(5%) 오른 9천620원이다. 월급(주 40시간·주휴수당 포함)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이다. 협상을 벌인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모두 결과에 불만이다. 노동자위원들은 물가는 폭등하는데 임금은 적게 올랐다며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는 입장이다. 사용자위원 측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으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협상이 원래 그렇다. 양측 모두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한다는 것이 쉽겠는가. 더욱이 최근 경제 상황을 볼 때 노사의 주장이 어느 때 보다 이해 되기에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과정이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최저임금위는 민주노총 소속 위원과 사용자위원이 퇴장한 가운데 투표를 진행, 2015년 이후 8년 만에 법정시한(6월29일) 내에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이 부분은 의미가 크다. 경제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 노사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것을 이해할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노사 관계도 치열하게 논쟁하되 서로 타협할 수 있는 안을 찾아야 한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폭발하면 결국 공멸의 길 뿐이다.

이호준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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