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카르페디엠과 메멘토모리, 0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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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민 부천대 비서사무행정학과 교수

“카르페디엠”(Carpe diem),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의 한 구절로 흔히 ‘현재에 충실하라’는 의미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90)에서 존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알려준 경구로도 유명하다.

카르페디엠은 오늘의 삶에 충실하고 기존의 전통과 관습, 룰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도전과 자유로운 정신을 갖도록 하는 말이다.

메멘토모리(Memento Mori).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데 로마의 개선장군이 전쟁에서 승리해 수많은 시민들의 환호를 한몸에 받으며 로마시내를 행진할때 노예로 하여금 개선장군의 뒤를 따르며 메멘토모리를 계속해서 외치게 했다고 한다. 영화 ‘쿼바디스’에도 이 장면이 나온다. 이 말은 ‘전쟁에서 승리 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 이지만, 언젠가는 너도 죽게 된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의 고대 로마의 풍습인 것이다.

모든 시작에는 마침이 있듯이 우리 인생에도 끝이 찾아온다. 인생의 마지막에 직면하고 쓴 고(故) 이어령 선생의 대화록이 많은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면서 더 가슴에 와 닿게 한다. 인간은 죽음을 앞두고서야 평소에는 못 느꼈던 지나온 삶에 대한 회환과 아쉬움에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고 도전에는 성공과 실패가 함께 교차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 치러진 선거결과들에 따라 당선자와 낙선자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임기를 마친 분들의 작별의 메시지와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분들의 각오들이 방송과 SNS에 많이 보인다. 새로운 각오로 선출직 공직자의 임기를 시작한 분들의 각오의 글도 많이 보면서 부디 초심을 잃지 말고 주어진 임기, 즉 계약기간이 끝나는 그 날을 늘 생각하며 현실에 산적한 수많은 과제들을 창의적으로 도전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런 분의 주위에 격려성의 ‘카르페디엠’과 더불어 수시로 ‘메멘토모리’를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도 기대하게 된다.

‘0’의 자리로 낮춰라(聖人不積). 서양의 라틴어 경구들을 통해 새로운 공직자들에 대한 자세를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번역돼 소개된 2천500년전 쓰여진 동양철학의 원조인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의 한 구절도 소개해 본다. 주로 공직자의 처세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노자는 도덕경 마지막 장 81장에서 “성인은 쌓아두지 않으며 그러므로 내어준다. 다른 사람을 위해 살수록 그의 삶은 위대해지고 다른 사람에게 줄수록 그의 풍요로움은 커진다”고 했다.

공직의 삶은 철저하게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기에 ‘아무것도 없음’ 혹은 ‘0’의 자리까지 자신을 낮추고 새로운 시각으로 현상을 살펴보고 기존에 집착하던 방식들을 변화시켜 주도록 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오형민 부천대 비서사무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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