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너무 예쁜 광장과 시청 출입이 주는 단상

image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삭막한 도심에서 시청 앞 마당 ‘애뜰광장’이 싱그러운 여유를 주는 요즘이다. 짙푸른 잔디밭을 배경으로 온갖 꽃들과 장식물들이 광장을 장식하고 있는 그곳. 마치 여느 어린이시설의 잘 꾸며진 정원을 보는 듯 착각이 들 정도다. 관공서라는 인상을 갖기 어렵다. 시민들은 휴식 공간이면서 만남의 장소로 그곳을 애용하고 있다.

옛 기억을 더듬어보면 인천애뜰 잔디광장은 차들이 빡빡하게 채워진 주차장이었고 그 앞으로는 차들이 분주히 오가는 복잡한 도로로 이뤄져 있었다. 2019년 11월께 인천시청과 차도로 분리됐던 광장을 지상으로 연결해 시민 소통·관광·문화공간으로 새롭게 꾸민 ‘인천애(愛)뜰’ 광장이 시민에게 전면 개방됐다. 당시 인천시는 단절과 불통의 상징처럼 보일 수 있는 시청 주변 구조를 개방과 소통의 구조로 변화시킨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수시로 오가며 볼 때 좀 과하지 않나 싶기까지 하다. 청사 정문 계단까지 이용해 만든 꽃밭이며 문 앞까지 내놓은 여러 개의 큰 화분들이 오히려 빽빽해서 통행을 방해하거나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어렵게까지 만드는 것은 아닌가 걱정될 정도다. 인천시청에는 광장문화가 사라진 것은 아닐까 싶어서다. 너른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 자발적인 만들어낸 집회, 공연 등이 광장문화의 요체라면 현재는 불가능에 가깝다.

애뜰광장을 거쳐 청사에 들어가려면 색다른 또 하나의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통과의례와 같은데 직원이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위해 가는지 묻고 확인한다. 사방으로 문은 많이 달려있으나 모두 열려있지는 않다. 직원이야 전자카드가 있어 출입이 자유롭지만 소위 ‘민원인’은 누군가 열어줘야 한다. 계단을 이용한 부서출입도 편안치 않다.

이는 코로나19가 엄중하던 시절엔 시민과 공무원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그럴까?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일까? 아무튼 이 모든 사정이 엄중한 ‘통제’로 읽힌다. 이래저래 시청을 찾은 이들은 불편과 불쾌감을 감수하는지도 모르겠다.

옛 기억을 또 다시 끄집어낸다. 2019년 10월께 인천시청사 출입통제를 전면 철회하라는 시민단체의 항의가 빗발쳤다. 당시 항의단체들은 시민들을 통제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오해될 소지를 경고했었다.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청은 공공의 공간으로서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 괜한 차별이자 통제, 인권침해라는 구설에 오를 필요 있겠는가? 닻을 올린 민선8기 인천시는 시민 중심의 소통시대를 천명했다. 조직과 문화에서 칸막이가 있다면 거둬낼 일이다. 곳곳을 장식한 꽃들과 묵직한 화분, 전에 없던 화단들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이 청사 출입에 따르는 삼엄함과 대비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