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수원지역 최대 330㎜ 쏟아져 도로도 진흙탕 길 행정 당국 “GB에 묶여 한계” 이유 대책 없이 뒷짐만 오늘부터 비 예고에 농장주 또 ‘불안’… 區 “대책 고심”
‘장마 피해’ 수원 광교산 농장 가 보니…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흙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는데 수원특례시는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최근 내린 비로 광교산의 토사가 인근 농가를 덮쳤지만, 관련 법령의 한계에 묶여버린 행정 당국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해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6일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상광교동에서 주말농장을 운영 중인 A씨는 뻘밭이 돼 버린 길과 밭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지난달 29일부터 사흘 동안 수원 지역에는 최대 330㎜의 비가 내리면서 인근 밭의 토사가 흘러내린 게 발단이다.
애지중지하게 키우던 토마토와 감자 등 10여 줄기는 흔적도 없이 흙에 파묻였다. 더욱이 주말농장을 잇는 70여m의 비포장 형태의 도로는 진흙탕으로 변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이 푹푹 빠지기 일쑤였다. 이번 장마 직전에 미리 물길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지 않았다면 주말농장은 쑥대밭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이다.
A씨는 자신의 농장 상단 인근에 위치한 밭에서 이 같은 문제가 비롯됐다고 추정했다. 경사가 급한 지역 특성상 이곳은 계단식 형태로 흙이 쌓여야 빗물이 자연스럽게 밑으로 흘러내려 간다. 하지만 인근 밭 주인은 평평하게 밭을 만들었기 때문에 고이고 고인 물이 결국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며 흙을 쓸러 내려가게 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7일부터 이틀 동안 수도권에 최대 100㎜의 비 소식이 예고되면서 A씨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이러한 피해를 본 A씨는 수원특례시와 장안구에 대책을 요구하는 민원을 넣었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였다. 이곳은 그린벨트 지역으로 묶여 제방과 같은 농사 이외의 용도의 시설물은 들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유일한 대책은 A씨가 최대 높이 50㎝의 흙 제방을 쌓는 것이나 이마저도 폭우로 쓸러 내려갈 게 뻔한 실정이다.
A씨는 “갑작스럽거나 더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 무너져버린 흙이 인근 민가까지 덮칠 수 있다. 인명 사고가 나면 수원특례시는 그때야 나서겠는가”라며 “매번 비가 올 때마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이젠 지겹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장안구 관계자는 “해당 문제는 당사자끼리 풀어야 하는 사안”이라면서도 “이번 폭우에 대한 피해현황을 조사한 뒤 대책 마련을 고심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민·박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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