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점포·공공기관 등 키오스크 기기 일상화 사용 서툴고 글씨도 작아 한참 서성이다 결국 ‘빈손’ 인천 원도심 ‘접근 빈도’ 떨어져 디지털정보 격차 심화
“가격이 싸다고 해서 왔는데 직원이 없으니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11일 인천 부평구 갈산동 한 아이스크림 무인 판매점에서 만난 A씨(79)는 아이스크림을 몇백 원 더 싸게 판다는 말에 이곳에 왔다가 키오스크(무인 판매기)에 당황했다. 판매원 대신 기계 사용법이 적힌 안내문이 있었지만, 눈이 침침한 A씨가 보기에는 글씨가 너무 작았다. A씨는 1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첫 화면이 나오는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결국 빈손으로 가게를 나섰다. A씨는 “직원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물어볼 수도 없고 그냥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어야지 어찌하겠느냐”며 “몇 백원 더 싸다고 해서 와봤는데 그냥 답답하기만 하다”고 했다.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기계식 주차장을 관리하는 B씨(74)는 월급날이 되면 가까운 은행에 간다. 주차요금을 카드로 받은 것에 대한 입금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B씨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입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던데 쓸 줄을 모른다”며 “정산을 확인하려면 직접 은행을 찾아가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고 했다.
중구 신포동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C씨(72·여)는 수차례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워보려 했지만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이날도 커피전문점 창구 옆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이가 없었지만, C씨는 직원이 있는 주문대로 향했다. C씨는 “서울 사는 아들이 몇 차례 사용법을 알려 줬지만 손에 익지 않고 불편하기만 하다”며 “줄을 서더라도 직원이 있는 주문대 앞에서 기다리는 게 더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언택트’(untact·비대면)가 일상화하면서 키오스크 등 일상 전반에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었지만, 가파른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노인들의 ‘디지털 격차’가 갈수록 심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인천 원도심에 사는 노인들이 송도, 청라 등 신도시에 비해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접근 빈도가 떨어지면서, 사용을 못하는 ‘디지털 고려장’이라는 말도 나온다. ‘디지털 격차’에 따른 소외감이 사회 전체와의 단절감과 맞먹는 탓에 ‘자식에게 버림받는 것 이상’이라는 의미다.
노인들의 디지털 격차는 행정복지센터 등 공공기관 방문 이용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인터넷을 이용해 주민등록등본 등 서류를 뗄 줄 모르다 보니, 행정복지센터를 찾는 이들 대부분이 노인층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센터에 마련된 키오스크는 사용할 엄두도 못낸다.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행정복지센터 직원은 “하루 평균 50~70명이 인터넷에서 발급할 수 있는 서류를 직접 떼러 온다. 열에 일곱은 노인이다. 센터에 마련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모습도 거의 본 적 없다”며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공공서비스가 점점 늘다보니 노인들이 느끼는 불편함도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올해 3월 발표한 ‘2021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 디지털역량은 53.9%로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전 국민 평균 역량 63.8%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70대 이상 노인들의 스마트폰, PC 등 보유를 뜻하는 디지털 정보화 접근 수준은 84.4%로 높았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 수준은 22.4%로 현저히 낮았다.
이민수·김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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