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가 출범했다. 6·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시민들이 선출한 광역·기초단체장들은 인수위원회 등의 과정을 거치고서 지난 1일 일제히 취임했다.
연초 제20대 대통령선거로 시작해 대선 후에는 지방선거를 앞둔 정당별 공천 전쟁, 그리고 공식 후보들끼리의 치열한 선거 운동까지 올 상반기는 말 그대로 ‘정(政)가의 시간’을 보냈다. 시민은 물론 언론, 그리고 경제계까지 모든 관심은 모두 지역 정치인들에게 향했다. 정당과 정치인들의 희비는 물론 그들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한마디가 주목 받았다. 정당과 그들의 희비는 곧 언론에게는 좋은 기삿거리이고, 정치인들의 말은 서류상 공약보다 더 큰 공약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전쟁터처럼 지나가더니 이제 우리의 기억 속에 선거는 수많은 과거 중 하나로 사라져간다. 그리고 이제는 ‘관(官)가의 시간’이 막을 올리고 있다. 어차피 정치인들이 단체장을 맡았는데, 굳이 ‘정가의 시간’과 ‘관가의 시간’으로 나눌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지금이 단체장으로 들어온 정치인이 공무원으로 변신을 한 만큼, 숱한 풍파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무원들의 새로운 출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이 같은 관가의 시간은 바로 인사에서 시작한다. 이번 인사가 중요한 이유는 단체장들이 자신의 민선 8기 철학 등을 실천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기 때문이다. 인천시의 경우 이달 29일께 조직개편과 맞물려 대대적인 인사가 이뤄진다. 이중 주요 실·국·본부장 및 과장·담당관 등의 인사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 간부들이 유정복 인천시장과 발맞춰 민선 8기의 시정 방향을 정하기 때문이다. 이들 간부들은 전체적인 시정부, 즉 관가를 움직이는 방향타의 역할을 한다. 자칫 일부 간부에 대한 인사가 어긋난다면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 민선 8기 말기에 걷잡을 수 없이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 다른 때보다 이번 인사를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유 시장은 인사의 핵심적인 요소로 능력을 강조해왔다. 시의 공무원들 중 혁신적인 마인드를 가진 능력있는 직원들이 상당할 것이다. 그들 중 그동안 능력이 가려져 있던 공무원을 발굴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또 민선 7기에서도 능력을 검증받은 직원들에 대한 재발탁도 있어야 한다. 물론 능력이 아닌 것으로 중용(?)된 공무원들은 예외다.
이와 함께 산하 공사·공단과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인사도 매우 중요하다. 시에서 만든 정책을 가장 시민과 밀접한 곳에서 맡고 있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당장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을 비롯해 인천시설공단과 인천시사회서비스원, 특수목적법인(SPC) 등은 수장이 없는 상태다. 정치인, 전문가, 공무원 등을 가리지 않고 꼭 해당 조직에 필요한 인물로 인사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동안 몇몇 부적절한 인물이 조직을 얼마나 빨리 망가뜨리는지를 숱하게 봐왔다. 이젠 더 이상 같은 일이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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