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꼰대세대와 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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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요즘 ‘일부’ MZ세대의 일그러진 행동이 화젯거리다. 펜션을 이용하고 상상하기 어려운 흔적을 남기고, 인형뽑기방에서 급한 일을 해결하고 달아나고, 인터넷게임 접속이 끊겼다고 전봇대 통신케이블을 잘랐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하긴 ‘일부’ 꼰대 세대의 행동도 눈살이 찌푸려지긴 마찬가지다.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자제해달라고 사정하는 편의점주를 폭행하거나, 전철 안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큰 소리로 통화하거나, 1년간 130여회 허위신고와 장난전화를 했다는 50대 남성의 기사도 놀랍기만 하다.

꼰대? 원래 아버지나 선생님을 가리키던 말인데, 이젠 고집이 세고, 스스로를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남을 가르치려 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MZ세대? 디지털기기에 능숙하고, 자신을 위해 즐기며, 타인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세대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어쨌든 우리 집엔 ‘연령 기준’으로 구분해 2명의 꼰대 세대와 3명의 MZ세대가 산다. 일상 생활에서 보면 두 세대가 몇 가지 확연하게 다르다.

냉장고의 식품에 대해 꼰대는 ‘선입선출(先入先出)’이다. 냉장고에 먼저 들어간 식품부터 먹는다. 그러다 보니 꼰대는 늘 버리기 직전의 오래된 식품만 먹게 된다. 그러면서 MZ에게 유통기한 가까운 식품부터 먹어 치우라고 잔소리한다. 반면, MZ세대는 그냥 신선하고 맛있는 것부터 먹는다. 누가 합리적인가?

외식할 때도 다르다. 꼰대는 음식을 남기지 말라며 남김없이 억지로 먹으려 한다.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MZ는 먹기 싫으면 그걸로 끝이다. 무리하게 먹다가 탈이라도 나면 더 큰 손해란다. 누가 합리적인가?

옷을 사는 기준부터 다르다. 꼰대는 저가중심(低價中心)이다. 싸면 산다. 그러다 보니 옷장에는 비슷한 스타일의 옷이 여러 벌이다. 반면, MZ는 맘에 들면 아무리 비싸도 산다. MZ는 입지 않는 옷은 과감하게 버린다. MZ가 버리려는 옷을 꼰대는 아깝다고 입는다. 누가 합리적인가?

요즘은 매장마다 키오스크(Kiosk) 주문이 늘어나고 있는데, 꼰대들은 익숙하지 않으니 당황스럽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식은땀이 난다. 이제는 MZ세대에게 배우자. 남을 가르친다는 것은 그래도 ‘본인이 잘 하고 있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잘못하고 있는 것을 가르칠 수는 없다. 비교적 ‘이기적인’ MZ세대가 남을 가르치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발동할 수 있을 것이고, 공공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용한 펜션을 청소하고 남의 사업장을 더럽히지도 않으며 공공시설물을 훼손하지도 않을 것이다.

꼰대세대도 앞으로는 신선한 식품부터 먼저 먹고, 음식을 무리하게 먹어치우지 않으며 가격보다는 스타일 위주로 옷을 사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MZ세대가 꼰대세대를 가르치는 것이 합리적인 공생 방법일 수 있겠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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