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동아시아 신냉전과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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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세계는 신냉전으로 가는가? 이것은 향후 수십년간의 세계 정치경제를 좌우할 중요한 사안이다. 과거의 구냉전이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진영과 소련 중심의 공산진영간의 대립이었다면, 신냉전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중국간의 패권 경쟁에서 출발한다.

현재의 미중 대립은 구(舊)냉전기의 미소 대립과 큰 차이를 갖는다. 그 차이는 주로 경제적 측면에 있다. 구냉전기의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 진영은 서로간의 경제적 교류가 거의 없는 별개의 경제권을 형성했지만, 현재는 미국과 중국 모두 세계 자본주의에 깊이 몸담고 있고 양국간의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도 매우 크다. 이 같은 차이는 일단 향후의 미중 대립이 구냉전보다는 더 평화로운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하지만 최근의 급격한 변화 추이를 고려하면 이 같은 가능성이 실제 현실로 이어질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수년 전 미중 디커플링 주장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그 실현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분명한 추세로 여겨진다. 미국은 양국간 교류를 축소해 나가면서 반도체 동맹, IPEF, 쿼드 등을 통해 중국을 고립시키는 데 전력을 모으고 있고, 중국도 자국 경제의 대외의존을 줄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의 미중 대립구도가 과거 구냉전과 얼마나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수년간의 추이에 비춰 본다면 양국간 대립이 점점 더 격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신냉전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게 미국은 정치 군사적 동맹이고 중국은 최대 교역상대국이란 점에서 신냉전은 매우 까다로운 선택의 과제를 제기한다. 그 선택의 기준으로 세계 공익과 국익이라는 두 가지를 제시하고 싶다.

먼저 기후변화와 팬데믹 등 전세계적 공동 대응이 절실한 상황에서 세계경제의 양대국이 대립으로 치닫는 것은 공동 대응의 실현 가능성을 크게 낮춘다는 점에서 세계인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따라서 세계 공익의 관점에서 볼 때, 미중의 어느 한쪽을 편들기 보다는 양국 관계의 악화나 신냉전의 가능성을 억제하는 데 힘을 모으는 선택이 바람직하다. 둘째, 신냉전하에서 세계경제는 블록화될 것이고 이는 우리가 지난 수십년간 경험했던 세계화의 종언을 가져올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대국은 큰 타격을 받지 않겠지만 교역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큰 피해를 볼 것이다. 특히 세계화의 흐름에 힘입어 수출주도형 성장을 통해 발전해온 한국은 가장 큰 피해를 볼 국가 중 하나다. 따라서 국익의 관점에서도 우리는 신냉전과 세계경제의 블록화를 가능한 막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선택이 실현 가능성과 현실적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우리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나라들과의 연대가 중요하다. 신냉전하에서는 구냉전기의 비동맹권보다 훨씬 더 많은 비중 있는 국가들이 특정 블록에 소속되지 않는 비동맹의 선택을 할 유인이 높아 보인다는 점에서 이 같은 연대의 여지는 충분하다.

구냉전 시대의 한국은 냉전의 최전선에 놓인 무력한 약소국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뜻을 같이 하는 다른 나라들과 더불어 세계 공익의 관점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고 또 그럴 만한 역량도 있다고 생각한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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