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오어지에서 법문을 듣다

오어사를 휘감고 있는 오어지

대장경이 켜켜이 꽂혀 있다

금방이라도 하늘로 솟아오를 듯 꿈틀거리는

검푸른 서기

지난날이 떠오르며 온몸이 오그라든다

두 손을 마주한다

경전들이 펼쳐지고 법문이 들린다

무애가를 부르는 원효가 보이고

삼태기를 쓰고 춤추는 혜공이 보인다

깊은 골짜기에 운무를 두르고 신화를 쓰는

운제산도 어른거린다

어느 날 사라졌다는 원효의 긴 칼이

물속에서 날카로운 칼날로 물을 베고 있는지

법문 소리 낭랑하게 들린다

한 줄기 서늘한 바람이 오어지를 휘돈다

범종 소리가 가슴을 탁 친다

 


image

조영실

<한국시학>으로 등단.

국제PEN한국본부· 한국경기시인협회

수원문인협회 회원

중봉조헌문학상 수상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