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유럽의 폭염과 탄소중립의 대관령

image
김근홍 강남대 교수

평지보다 평균 4~5℃ 낮아 에어컨이 필요 없다는 대관령에도 요 며칠 폭염이 이어져 선풍기를 마련해야 했다. 언론에서는 불타는 유럽 소식을 속보로 전달한다. 심각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세계 곳곳에서 확인되나 보다. 우리보다 위도가 높은 영국에서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높은 40℃ 이상의 기온이 기록됐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기록들이 앞으로 계속 깨질 수밖에 없으리란 점이다.

1980년대 후반 독일 유학 생활에서 건물은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 에어컨이 특별 옵션일 정도로 여름철 더위 자체가 낯설었다. 당시 무더위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니 북부 유럽인들은 남쪽 프랑스 남부, 이탈리아, 스페인을 비롯해 동남아 지역으로 햇볕을 찾아 여름휴가를 떠나는 것이 일상이었다. 어쩌다 해라도 반짝 드는 날이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옷을 훌쩍 벗고 풀밭에 누워 햇볕을 쬐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젠 영국이나 덴마크까지도 무더위가 지속된다고 한다.

그 모든 게 우리 인간 탓이다. 평균수명 연장과 인구증가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욕심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이 팔아 돈을 더 벌기 위해 대량생산을 거듭하며 엔진을 돌리고 또 대량소비를 하다 보니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져서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인구증가와 욕심 때문에 자꾸만 자연을 파괴하며 동물의 서식지까지 잠식해 가다 보니 아직도 시달리는 코로나며 사스, 메르스 같은 인수공통감염병도 자꾸만 잦아지고 위험도 커진다.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온실효과로 생태계 변화는 물론 해수면이 올라가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로는 수도인 푸나푸티가 침수되자 지난 2001년 국토 포기 선언까지 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폭염이 점점 더 잦아지고, 그 현상이 적어도 2060년대까지 지속될 거라며 탄소 배출량의 증가를 염려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육식을 줄이고 플라스틱과 에너지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지구가 인간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인간 멋대로 과용하고 오용한 결과를 더 늦지 않게 살펴야 한다. 감사와 베풂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은 물론 다른 생물과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마종기의 사과나무처럼(과수원에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이제 가지에 달린 열매를 너에게 준다/남에게 줄 수 있는 이 기쁨도 그냥 받은 것...내 몸의 열매를 다 너에게 주어/내가 다시 가난하고 가벼워지면/미미하고 귀한 사연도 밝게 보이겠지... 주는 것이 바로 사는 길이 되는구나’

그러기에 무한정 받아온 자연에 감사하고 자연 그대로 돌려주려는 우리들에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후손들이 간직할 대관령의 맑은 공기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