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도입국자녀에게 한국어 꾹꾹 다져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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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부터 중도입국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부모의 국제결혼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국내로 이주한 아이들, ‘중도입국자녀’들에게 한국어는 높은 벽이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인도, 일본, 베트남 아이들로 제법 한국말을 했다. 첫 만남부터 친근감이 들었고 ‘한국어를 쉽게 가르칠 수 있겠구나’하고 자신감을 가졌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한국어 말하기는 조금 했지만 듣기, 읽기, 쓰기는 못했다.

한국은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일반 학생들은 급감하는 반면, 다문화 가정 학생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2.04.13. 현재 여가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 가정 자녀는 16만58명으로 2012년 4만6천954명보다 240.8% 증가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전체 학생 수는 672만여 명에서 532만여 명으로 21.0%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학생 가운데 다문화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0.7%에서 3.0%로 높아졌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2012년 1.1%에서 지난해 4.2%로 그 비중이 4배 가까이 늘었다. 또한 다문화 가정 학생의 국적·연령·특성 등이 다양해 중도입국·외국인 학생의 증가에 따른 학생별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내가 맡게 된 중도입국자녀는 1학년 3명, 2학년 1명, 5학년 1명으로 학년도 다르고 한국어 출발점 수준도 다르기에 맞춤형 한국어 교육을 해야 했다. 학교에서는 1,2학년 1개반, 5학년 1개반으로 편성해 주었고, 경기도교육청 지침에 따라 1일 2시간×주5일×4주×3개월=120시간, 운영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주1~2회 참여하길 원하는 5학년 학생의 요구를 수용하여 1,2학년 104시간, 5학년 16시간을 편성·지도하게 되었다. 4명의 1,2학년 학생들에게 한글을 학습하기 위한 기초 손 협응 능력을 기르고 한글의 기본적인 모음과 자음을 익혀 생활 한국어를 구사하도록 열심히 지도했다. 그 결과, 대체로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기본적인 모음, 받침 없는 낱말, 받침(ㄹ,ㅇ/ㄴ,ㅁ/ㄱ,ㅂ,ㅅ) 있는 낱말, 겹모음(ㅐ,ㅔ/ㅘ,ㅢ/ㅚ,ㅝ,ㅞ,ㅒ,ㅖ) 있는 낱말까지 읽고 쓸 수 있었다. 비록 짧은 한국어로 조금씩 읽고 쓰고 말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가르침의 희열을 맛본다.

‘중도입국자녀 한국어교실’ 3개월 과정은 한국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다문화 학생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기초학력 향상에 도움을 주었으며 실생활이나 다른 교과를 공부하는 데 기초가 되는 읽기와 쓰기를 익히게 해주는 마중물이었다. 더하여 학교생활 적응력을 키우고 자존감 신장 및 한국 사회에의 조기 정착을 돕는 기본 자양분이 되었다고 자부해 본다.

중도입국자녀에게의 한국어 입문 과정은 어렵고 힘든 시간의 연속이지만, 3개월 한국어 입문 과정보다 3개월 이후의 한국어 교육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함을 느껴본다. 한국어 입문 과정을 더 복습하고 여러 가지 낱말, 문장, 짧은 글 익히기 등을 더 익혀야 학습 한국어와 자연스럽게 연계할 수 있다. 즉, 낱말을 익혀 낱말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 문장을 만들어 보고 알맞은 문장을 써 보는 것, 글의 짜임을 알아보고 글의 내용을 알아보는 것, 대표로 나는 소리와 겹받침 등을 배우는 것이다. 3개월 입문 과정 이후, 목표 도달 수준을 확인하고 3개월+3개월 또는 3개월+3개월+3개월 과정을 더하여 한국어를 꾹꾹 다져간다면 학습도구 한국어로 발전해 다문화 학생의 학습 부진을 줄일 수 있고 교과 적응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교육 관계자들의 선도적인 정책 수립·운영을 기대해 본다.

오늘도 나는 중도입국자녀에게 ‘기본 모음·자음 익히기 복습·받아쓰기-낱말카드 보여주며 따라 읽기·쓰기-본 학습하기-주제별 어휘학습(신체,색깔,과일,채소,교실)하기’등을 지도한다. 매일 비슷한 과정의 연속이지만 학생들에게 큰 소리로 말하고(혼자 말하기/친구에게 말하기/선생님에게 말하기/모두에게 말하기), 읽고(혼자 읽기/친구 따라 읽기/모두 함께 읽기), 쓰기(허공에다 손글씨 쓰기/공책에다 쓰기/칠판에다 쓰기)를 반복하게 한다. 학생들이 즐겁게 한글 놀이하면서 춤추며 열정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학습 분위기 조성에 힘쓴다. 한국어가 틀리면 힌트(hint)를 주고 고쳐주고 칭찬하고 격려한다. 맛있는 사탕, 스티커 주기 등 깜찍한 보상도 해준다.

중도입국자녀, 그들은 소중한 내일의 한국인! 오늘 그들이 꾹꾹 다져가는 한국어가 대한민국의 힘이다. 비록 3개월간의 짧은 한국어 교실이지만 하루빨리 한국어를 깨우쳐 자신 있게 한국어를 구사하고 한국 학생들과 밝게 웃으며 지내길 바란다. 중도입국자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00초 교육 관계자들,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관계자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모두 모두 훌륭한 대한민국 일등 교육 역군들! 오늘도 파이팅이다.

김경호 前 수원 영덕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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