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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그곳&] 교차로 점멸신호 무시하고 ‘쌩’… 보행자 안전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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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그곳&] 교차로 점멸신호 무시하고 ‘쌩’… 보행자 안전은 ‘뒷전’

도내 교차로 곳곳서 과속 잇따라...경기 남부 3년간 교통사고 2천893건
운전자들 속도 제한 규정도 몰라...남부청 “도로 검토 후 대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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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 점멸신호로 신호등이 운영되는 화성시 진안동 병점사거리에서 6일 차량이 속도를 내다 보행자 바로 앞에 멈추며 아찔한 상황이 벌어 지고 있다. 조주현기자

경기 지역 점멸신호 교차로 곳곳에서 운전자들이 속도 제한 규정을 지키지 않아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오전 화성시 진안동 병점사거리. 해당 사거리 내 위치한 운전자 신호등 4개는 모두 황색 점멸신호로 운영되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해당 구간을 지날 때 서행해야 했지만, 속도를 줄이는 차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쌩쌩’ 오가는 차량들 때문에 사거리를 건너려는 시민들은 좌우를 살피며 도로를 건널 타이밍만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 본보 취재진이 40분 가까이 지켜본 결과, 자동차와 버스가 길을 건너는 보행자 바로 앞에서 멈추는 등 아찔한 상황은 10여회 이상 포착됐다.

이날 수원특례시 권선구 호매실동의 한 삼거리 교차로.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채 길을 건너던 이문희씨(43·여)는 빠른 속도로 좌회전하는 차량에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이씨가 지나던 곳은 적색 점멸신호 구간으로 이곳에선 차량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 무엇보다 해당 삼거리 인근에는 건설 현장이 즐비해 화물차의 위험천만한 주행도 자주 포착됐다. 운전자 A씨는 “적색 점멸신호에서 반드시 멈춰야 하는지 몰랐는데, 사람도 없는데 굳이 멈춰야 하느냐”며 되레 적반하장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는 황색 점멸신호에는 서행, 적색 점멸신호에선 정지선에 정차 후 주행해야 한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이 같은 규정을 잘 모르는 데다 설사 인지하고 있더라도 지키지 않는 상황.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9~2021년 3년간 경기남부 지역 점멸신호 교차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2천89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보행자 교통사고는 총 442건으로 15%에 달했다.

무엇보다 전체 사망사고 27건 중 15건(55%)이 보행자 사망사고였는데, 이는 전체 사망사고 항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연천의 한 황색 점멸신호 삼거리 교차로에선 교통사고로 4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해 수원의 한 점멸신호 삼거리에선 좌회전 차량이 보행자 한 명을 바퀴로 밟고 지나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관리공단 교수는 “교통안전 법규와 관련해 시민들이 이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무엇보다 점멸신호 등 신호와 관련해선 인식 개선을 위해서라도 정부에서 책임감을 갖고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점멸신호로 운영되는 교차로에서 보행자 안전을 위한 홍보나 교육은 당장 계획이 없다”면서도 “향후 도로 상황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관련 기관과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노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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