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토담집을 지을 때 거푸집(담틀)을 대고 고운 채로 거른 진흙을 짚과 섞어 물을 부어 다진 것을 벽체로 쌓고 서까래를 얹고 지붕을 올렸다.
최근 아파트나 빌딩 등 건축물을 지을 때 석회석 바위를 잘라 분쇄를 거친 고운 시멘트 가루를 물과 자갈을 혼합해 쓴다. 즉, 굵은 돌이 건축자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부서져 가루가 돼야 작은 틈새도 메우는 건축자재로서의 쓰임새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와 명예를 다 가졌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제가 잘나서 자신의 힘으로 이 모든 것을 이룩했다고 믿는다. 그래서 우쭐해지고 더 큰 부를 쌓고 명예를 높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간다. 그러다 보니 주변을 살펴볼 여지가 없다.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웃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수 없다. 자신이 성취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람이 큰 병에 걸렸을 때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5단계 심리 변화를 겪게 된다고 한다. 과도하게 욕심을 부리거나 자만으로 실패를 하든지 큰 병이 걸려 생사의 갈림길에 섰을 때, 그야말로 더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침몰해서 어떠한 몸부림도 자신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영혼이 부서지는 고통을 느낄 때라야 사람은 달라진다. 자신의 능력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이고 할 수도 없음을 느낀다.
부자일 때, 정상에 있을 때, 건강할 때에는 크고 화려하고, 멋있고 예쁜 것의 외양을 보지만 망해서 생활고를 겪거나 큰 병이 걸리면 이러한 것이 부질 없음을 깨닫는다. 밑바닥을 경험하거나 죽음의 언저리까지 다다라서 많은 것을 내려놓다 보면 작은 것의 아름다움, 보잘것없음에서 의미를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이 겸손해지기 때문이다. 부족함을 알고 매달릴 존재 즉, 자신이 믿는 종교에 따라 신을 찾고 의사나 이웃을 찾는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닫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완전히 부서진 다음에야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
보다 나은 것은 실패하기 전에 아프기 전에 너무 앞만 보고 가지 말고 뒤를 돌아보고 주변과 이웃도 살펴보고 위만 쳐다보지 말고 옆과 아래도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인생에서의 부서짐이 완전히 무너짐이 아니라, 포기할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쓰임새와 의미도 있음을 흙이나 시멘트 가루처럼 완전히 부서졌을 때 또 다른 쓰임새가 있다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정의돌 육영재단어린이회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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