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눈빛, 타성에 젖은 걸음과 대비되는 생기발랄한 속사포랩으로 놀이기구 이용 안내를 하는 ‘소울리스좌’가 화제다.
‘아마존 익스프레스’의 전직 캐스트(계약직 직원) 김한나씨다. ‘영혼 없는’이란 부정적 의미의 ‘소울리스(soulless)’가 노동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최적화한 상태라는 새로운 맥락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자신이 하는 일에 체력과 감정까지 모두 쏟아붓기를 요구해 온 자기 착취적 노동윤리에 대한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이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근무자 모습도 있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배우 박진주씨가 연기한 간호사의 모습이 그 예다. 환자에게 친절하며 업무를 깔끔하게 수행하지만 감정적으로는 하늘에 떠 있는 한 마리의 매처럼 초연한 상태를 유지한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진의 70%가 번아웃(소진)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과중한 업무와 낮은 성취감에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업무에 대한 지나친 열정이 번아웃으로 이어진다고도 지적한다. 그러나 환자를 대하는 데 몸에 밴 상냥함과 열정이 없는 간호사는 상상이 안될 정도로 환자들의 기대치를 맞춰야 하는 현실이 소울리스 근무를 불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간호법 제정이 절실하다. 40년 가까이 간호사로 근무했던 아내가 은퇴를 했음에도 사명감을 갖고 애쓰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소집단 이기주의에 의한 그들만의 이익만 추구하는 여느 직종, 단체와는 확연히 다른 그들의 외침에 깊이 공감한다. 백의의 천사인 간호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아한 모습으로 세상에 그 정성이 울려 퍼지는 존재이므로.
송수행 前 MK상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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