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낳아 준 분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다”라고 할 정도로 ‘포숙아(鮑叔牙)’와의 우정으로 유명한 ‘관포지교(管鮑之交)’에 등장하는 ‘관중(管仲)’(BC725 ~ BC645), 그는 어지럽고 혼란한 춘추전국시대에 제(齊)나라 환공(桓公)을 도와 그를 춘추 5패 가운데 최초의 패자(覇者), 즉 강대국으로 만든 정치가로 제갈량과 함께 중국의 2대 재상으로 손꼽힌다.
관중은 정치, 경제, 의례 등 국정 운영 원칙과 사상, 천문, 지리, 경제, 농업 등의 지식을 담은 《관자》를 저술했는데 여기에 유가와 도가, 법가, 병가 등 당시의 모든 사상이 녹아들어 있고 치국의 도를 국정에 직접 적용해서 빈부의 차이를 줄이고 민생을 안정시킴으로써 자신의 사상을 적용할 국가를 찾지 못하고 떠돌다가 돌아와 교육자의 삶으로 마친 공자와 비교되곤 한다.
관중이 제나라에서 행한 9대 시책은 《관자》 입국(立國)편에 소개되는데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는 노인을 어른으로 모시는 일, 둘째는 어린이를 사랑하는 일, 셋째는 고아들을 구휼하는 일, 넷째는 장애가 있는 사람을 돌보는 일, 다섯째는 홀로 된 사람을 결혼시키는 일, 여섯째는 병든 사람을 위문하는 일, 일곱째는 곤궁한 사람을 살피는 일, 여덟째 흉년 때 고용인들 보살피는 일, 아홉째는 유공자들에 대한 보훈 등이다.
관중은 세상이 약육강식의 원리로 움직인다면 강자만 존재하게 될 것이며 그러기에 이상적인 사회는 강자만이 존재하는 세상이 아니라 약자가 편히 살며 상생하는 공정사회의 건설에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관중은 “치국의 방법으로 백성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보다 나은 게 없다”고 말하면서 “무릇 치국의 도는 반드시 먼저 백성을 부유하게 만드는 이른바 필선부민(必先富民)에서 출발해야 한다. 백성이 부유하면 나라와 백성을 다스리기 쉽고, 가난하면 어렵게 된다”고 하였다.
공자 보다 조금 앞선 노자(老子),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인쇄된 것으로 알려진 노자의 《도덕경》 77장에 보면 “하늘의 도는 활을 당기는 것과 같다(天之道其猶張弓者也). 높은 것은 내리 누르고 낮은 것은 들어 올린다. 남은 것은 덜어 내고 부족한 것은 보탠다”라고 하였는데 이를 보면 관중과 노자 모두 치우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정사회’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4차 산업혁명의 특징 중 하나가 부의 집중이라고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의 출현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밖에 없고, 부의 집중화도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사회는 ‘남는 것은 덜어내고 부족한 것은 보태는’ 이른 바 공정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변화의 물결을 거스를 수 없다면 변화를 수용하고 대처할 수 있는 지혜와 새로운 관점을 찾아야 한다.
지금 코로나 팬데믹과 원자재·금리와 물가인상 등도 모자라 사상 유례없는 수해(水害)까지 겹쳐 민생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지금은 지도자의 위기관리 능력과 리더쉽, 공정에 관한 철학이 중요한 때이다. 매체를 통한 보여주기식 민생이 아니라 2,800년전 민생을 직접 돌보며 공정한 세상과 부국강병의 꿈을 실현했던 관중(管仲)의 정치가 보고 싶다.
오형민 부천대학교 비서사무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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