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국가에서 모든 국민은 법관의 영장이 없는 한 구속되거나 수사기관에 강제로 연행되지 아니할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범죄인이라 하더라도 구속이나 강제연행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관의 사전영장이 필요하다. 예외적으로 긴급체포(중대한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체포하는 것)와 현행범인 체포(바로 범죄현장에서 범인을 체포하는 것)에는 법관의 사전영장이 필요하지 않으나, 이 경우에도 긴급체포나 현행범인 체포가 적법하게 되기 위해서는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런 요건을 갖추지 않은 긴급체포나 현행법인 체포는 불법이 된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현행범도 아닌데, 경찰관이 ‘조사할 것이 있으니 경찰서로 같이 가자(동행요구)’라고 요구하거나, 노상에서 ‘정지시킨 후 인적사항 등을 묻는 경우(불심검문)’가 있다. 이런 경우 우리는 반드시 경찰서까지 동행해야 하는가 또 불심검문에 응해야 하는가.
현행범인이란 범행 중이거나 범행 직후에 현장에서 범행이 발각된 범인을 말한다. 범행현장에서 범행이 발각된 자가 아닌 경우에는 비록 범인이 범행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될지라도 법관의 영장 없이는 체포하거나 강제구인할 수 없다.
실제로 진행됐던 재판 사례. A씨가 2019년 9월20일 오후 8시42분께 자신의 집 앞에 차량을 주차한 후 택시를 타고 같은 날 오후 8시52분께 택시 승강장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술에 취해 차량을 운전하고 소란까지 피운다’는 택시 기사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 사안을 심리한 법원은 “음주운전을 했다는 택시기사들의 진술이나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피고인의 외관은 피고인이 과거 어느 시점에 음주운전을 했다는 점에 관한 정황증거는 될 수 있겠으나, 이 같은 사정만으로는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보아 피고인이 방금 음주운전 범행을 실행한 범인(현행범인)이라는 점에 관한 죄증이 명백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그 요건(피고인이 범죄 현장에서 발각되었음)을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위법하고, 그와 같이 위법한 체포상태에서 이뤄진 음주측정 요구 또한 위법하다고 봐야 하므로 무죄”라고 판단했다.
수사기관의 불법적인 인권침해 사례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법치국가의 국민으로서 법의 보호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 평소 신체자유에 관한 법의 보호규정을 잘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이재철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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