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살만 루슈디 피격과 이슬람 혐오의 재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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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

인도계 영국 작가인 살만 루슈디가 지난 12일 강연 도중 무대 위로 돌진한 레바논계 미국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태에 빠졌다. 사건 발생 후 루슈디의 상태는 조금씩 호전되고 있으나 이 사건은 전 세계인들을 경악시키며 이슬람 혐오에 대한 기억을 다시 소환해내고 있다.

인도 뭄바이의 무슬림 가문에서 태어나 14살에 영국으로 건너간 루슈디는 1981년 두 번째 작품인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상을 받으며 국제적인 작가로 부상했다. 이후 1988년 발표한 ‘악마의 시’는 이슬람 세계에 대대적인 파문을 일으키며 무슬림들의 분노와 비난을 야기시켰다. ‘악마의 시’는 마술적 현실주의 기법을 사용한 작품으로 비행기 사고로 환생한 두 인도인 이민자를 주인공으로 해, 이민자의 정체성 문제를 통해 종교, 문화, 동화(同化), 표현의 자유 등의 문제를 다뤘다.

이 책에서 이슬람을 창시한 무함마드의 2명의 아내 이름이 매춘부 이름으로 사용되고, 알라의 계시를 무함마드에게 전달한 천사 지브릴을 저주하는 등 무함마드와 이슬람을 의도적으로 모독한 내용을 담았다는 것이 무슬림들의 주장이다. 루슈디는 이슬람권의 격렬한 반대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책 내용을 철회하지 않았고,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 왔다. 시아파 이슬람 종주국인 이란은 이에 반발하며 영국과 단교했고 1989년 당시 최고 지도자인 호메이니는 루슈디에게 300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걸고 그를 처형하라는 파트와를 발표하는 등 루슈디는 살해 위협에 시달리며 10년 이상의 철저한 은둔생활을 했다. 1998년 당시 이란 대통령 무함마드 하타미가 “루슈디의 문제는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발표하고 유엔에선 이란 외교부 장관이 “이란은 루슈디의 생명을 위협하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악마의 시’를 번역한 일본인 번역가가 테러로 사망하고 이탈리아 번역가도 중상을 입는 등 극단적인 논란은 계속됐다.

루슈디 피격 사건은 2015년 11월 프랑스에서 발생한 시사만평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을 소환한다.

샤를리 에브도가 게재한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에 대한 일련의 만평이 도화선이 됐는데 이들 만평에서 샤를리 에브도는 무함마드를 나체로 표현하고 도적떼의 수장처럼 묘사하며 무슬림들을 동성애자로 그리는 등 무함마드와 무슬림을 모욕하는 내용을 게재했다. 이는 우상숭배를 철저히 금지해 무함마드의 성화(聖畵)조차 허용하지 않는 이슬람권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당시 프랑스 내부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불필요한 선동의 이슈로 크게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권 침해와 폭력이 정당화돼서는 안된다. 그러나 다름의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이슬람에 대한 혐오는 계속될 것이고 종교를 넘어선 문화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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