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힘 있었더라면 안타깝다”...일면식 없어도 100여명 빈소 찾아
생전에 옷깃도 스치지 않았던 사람들이 통곡했다.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외롭게 먼 길을 떠나는 그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했다.
경기일보의 최초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수원 세 모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시민들의 이야기다.
25일 오후 1시30분께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 특실. 숨진 A씨와 두 딸의 위패 앞에서 50대 여성 한 명이 쓰러질 듯 오열했다. 장례식장 복도까지 퍼진 구슬픈 울음소리는 공영장례를 추진한 수원특례시 공무원 등 30여명을 숙연하게 했다. 이 여성은 주변의 부축으로 힘겹게 장례식을 나가는 순간까지도 손으로 입을 막는 등 애써 북받친 감정을 참으려 했으나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이 여성은 고인들과 일면식이 없던 유덕화씨(56·가명·여)다. 유씨는 세 모녀와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안타까운 마음에 한걸음으로 이곳을 찾았다.
유씨는 “지역 사회가 함께했다면 힘들었던 이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졌지 않았겠는가. 죄책감이 든다”면서 “지역이 연대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며 눈시울 붉혔다.
이날 오후 2시가 되자 열 차례 타종을 시작으로 A씨와 두 딸에 대한 원불교 경인교구의 추모의식이 거행됐다. 엄숙한 분위기에 종소리가 이어지면서 20여명의 시민들은 지그시 눈을 감고 합장하는 등 암과 희귀 난치병, 생활고에 지쳐 생을 마감한 세 모녀의 넋을 달랬다. 뿐만 아니라 전날 오후 5시 수원특례시에 의해 꾸려진 장례식장에는 이날 오후 3시까지 100명의 시민이 방문, 세상과 이별한 세 모녀를 추모했다.
이처럼 시민들의 슬픔 속에 세 모녀는 다음날 발인과 화장 절차를 거쳐 수원시연화장 봉안담에서 힘들었던 삶을 뒤로 한 채 영면에 들어간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이 자리에서 “수원에서 어렵게 산 이들을 돌봐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마을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통합돌봄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날 김동연 경기도지사에 이어 이날 김건희 여사,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양휘모·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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